“장성택 측근 망명 아는 바 없다”

0:00 / 0:00

앵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실각이 확인된 가운데, 그의 최측근이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는 바 없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장성택의 최측근이 중국에서 망명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 인물의 신병 확보를 위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 당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 이 같은 보도를 하기 시작한 건 지난 3일 장성택의 실각 가능성이 알려진 이후부터입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국 언론은 정보 관계자나 중국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장성택의 “금고지기”, 또는 “최측근 외교관”이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서는 훨씬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로동당 행정부 소속이면서 인민군 상장 계급을 달고 중국과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외화벌이 업무를 하던 인물”이 망명을 요청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장성택 측근의 망명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보입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 답변을 짧게 하게 되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외교부로서는 거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관련 질문에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장성택의 측근이 망명을 시도하고 있을 개연성은 높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추정입니다. “북한 내에 머물고 있는 인물이라면 이젠 망명 시도가 불가능하겠지만, 중국 등 외국에 나가 있는 인물이라면 장성택이 체포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방송되는 상황에서 평양으로 돌아가고 싶겠냐”고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반문했습니다. 장성택 관련 인물들의 숙청이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장성택의 실각을 확인 보도하면서 ‘장성택 일당’이나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들에 대한 숙청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장성택은 지난 40여년간 북한 권력의 핵심 기관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추종자를 심어뒀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숙청의 규모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이미 장성택과 관련된 주요 외교관에 대한 소환은 시작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6일, 장성택의 매형인 전영진 쿠바 주재 북한대사와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최근 북한으로 강제 소환된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장성택 최측근의 망명 시도가 사실이더라도, 이를 발설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망명 과정은 안전을 위해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는 겁니다. 또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신변 보호를 위해 망명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정보 당국자들은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