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성택 숙청보도는 계산된 것”

0:00 / 0:00

앵커 : 북한당국이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숙청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12월 8일에 진행하고 다음날인 9일에서야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사건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2돌을 추모하기 위해 정한 기간은 12월 9일부터 20일까지입니다. 묘하게도 추모기간이 시작된 9일은 북한 언론들이 장성택 당 행정부장의 숙청사실을 보도한 시점과 겹친다고 복수의 북한 내부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은 9일 새벽 6시부터 김정일 사망 2돌 ‘추모기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사전에 각 인민반과 공장기업소들에 알렸고 9일부터는 아침, 저녁으로 매일 두 차례씩 모든 주민들이 의무적으로 김정일의 동상을 찾아 묵념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9일 아침 8시에 지정된 장소인 ‘혜산사적관’ 근처에서 모여 공장 사람들과 함께 ‘보천보전투승리기념탑’에서 묵념행사를 가졌다”며 “그때까지는 누구도 장성택이 숙청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북한 당국은 “각 기관, 단체별로 오후 3시에 방영되는 조선중앙텔레비전의 중대보도를 조직적으로 청취할 것”을 각 도, 시당을 통해 긴급포치(지시)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중대보도 청취지시를 전달받을 때까지만 해도 주민들은 해마다 그러했던 것처럼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와 관련한 특별방송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 장성택의 숙청사건일 것이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장성택의 숙청사건을 9일에 맞춰 보도한 것은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고도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간부 소식통은 “중앙에서 장성택 숙청과 관련된 내용을 이미 12월 2일에 각 도당 비서처 간부들에게 알려주었다”며 “12월 7일에는 간부강연회에서 ‘중앙당 행정부 사건’과 관련한 강연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장성택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며 다만 강연회를 통해 “주동분자는 단호히 치고 피동분자는 관대히 용서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일관된 군중노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모행사’가 시작되는 9일에 장성택 사건을 중대보도로 알린 것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내부혼란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추모행사’와 관련해 ‘특별경비’가 선포됐기 때문에 그 어떤 세력도 반발을 시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