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훈련 완화하면 대화 가능 비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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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전직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하지 않더라도 훈련강도를 낮춘다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전직 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군사훈련의 강도를 낮춰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달 18, 1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간 접촉에는 북한측에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과 차석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 미국측에서는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셉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 비확산센터 소장, 리온 시걸 미국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프로젝트 국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18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 측 참석자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북측 참석자들이) 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평양이 위협을 느끼지 않을 만한 범위로 (훈련 강도를) 수정해 달라, 또는 훈련 목적을 수정하거나 하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는 북한 측 참석자들이 B52 폭격기나 핵 잠수함의 훈련 참가 등 북한이 군사적으로 공격위협을 느낄 수 있는 부분만 제외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마키노 연구원은 하지만 북한의 이같은 ‘비공식적’ 제안은 대화의 여지를 암시하면서 미국을 협상장으로 유인하고 한미관계를 이간질하려는 핑계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실제 리 부상 등 북측 대표단은 이번 접촉에서 유난히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 매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 (북측 참석자들이) 남북문제와 관련해 매우 적극적으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남북관계는 정상화 (남북화해)가 목적이다. 올해도 남북관계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예고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미북 간 ‘트렉 투’ 접촉에서 미국측 참석자들이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지만 이번에는 북한 대표단이 이 문제를 자발적으로 제기했다는 겁니다.

특히 미북관계를 다룰뿐 남북관계에서는 별 권한이 없는 외무성 관리들의 이같은 태도는 의아함마저 느껴진다고 마키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런 배경 탓에 이번 접촉 내용을 전달받은 미국 정부도 별로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냉담한 반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마키노 연구원은 또 북한 외무성 관리들이 미국과 외교관계 수립이 아니라 안전보장문제를 제기한 데는 군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