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한·미 군당국의 정례적인 훈련 자체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 불가”를 외치는 북한과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인 국제 사회와의 대화는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 제안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중국의 ‘쌍중단’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쌍중단’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당분간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문 대통령도 ‘평화올림픽’의 명분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핵 위기가 심화되면 미국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올 수 있고 북한 역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가 심해지면서 관련된 피로감이 내부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쌍중단' 상황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사실상의 ‘쌍중단’ 상황이 이어지면 적어도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 전환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이같은 제안에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호응할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북한의 호응 여부는 평창 올림픽 참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 : 북한이 그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해왔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연기 검토' 정도라도 북한으로서는 태도를 바꿀 명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올림픽에 북한 참여가 확실시되면 그 부분에 대해 타협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안보를 책임지는 한·미 군당국의 훈련 일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훈련 일정이 연기되면 북한이 향후 훈련 규모의 축소와 중단 등을 더욱 거세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이같은 제안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 : 쌍중단을 용인 혹은 수용하는 듯한 모습은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러시아의 신뢰는 얻을 수 있습니다. 두가지 선택사안 중에 어떤 것이 이득이 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아시아 순방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쌍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나는 과거 끊임없이 실패한 ‘동결 대 동결’ 협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