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남 피살 사건이 북중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물론 단기적으로는 중국 측의 기분을 상하게 할 사건이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양국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평가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관계가 당분간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보호하던 김정남을 북측이 암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김정남 피살 사건은 지난 주말 북측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이어 일종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김정남 살해는) 중국 당국에게는 하나의 도전이죠. 왜냐면 그동안 중국 당국이 김정남을 보호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저런 식으로 살해했기 때문이죠.
중국으로선 핵 개발에 이어 민간인 테러까지 자행하는 북한을 보호할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강 전 장관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게 중국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북중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강 전 장관은 내다봤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정책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여전히 북한을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차지하고 있는 전략적 지위에 변화가 없어요. 이번 사건 때문에 북중 관계가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고 보는 건 잘못된 해석입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김정남을 현 북한 체제에 대한 잠재적인 대안 세력으로 간주해 보호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강 전 장관은 “그랬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합니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는 세습체제의 종말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중국이 또다른 세습체제를 세우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중국은 1956년 8월 종파사건 때부터 북측의 주요 정치적 망명자를 보호하곤 했으며, 김정남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보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 전 장관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