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김정남 사망 열흘만에 이와 관련한 첫 반응을 23일 내놨습니다. "피해자 측인 우리공민들이 왜 혐의대상이 돼야 하는가"라며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당국과 남측을 함께 비난한건데요. 북한은 이번 발표에서 김정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한 북한의 첫 입장을 본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복잡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명의의 23일 담화에서 북측이 김정남을 “우리 공민”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 담화에서 ‘김정남’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김정남이 사용하던 ‘김철’이라는 가명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연구소 교수는 “김정남을 직접 언급하면 백두혈통이 해외를 전전하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모른다”면서 “이런 사실이 북한 백두혈통의 정통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김정남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김정남 사망 사건에 대해 “우리가 피해자”라고 주장한 북한을 비판했습니다. “테러 상습범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전형적인 발뺌전략이 또 나왔다”는 겁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 북한은 천안함 폭침, 대한항공 858기 폭파, 아웅산 테러 등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남한에 전가했습니다. 최근 남한 정세에 맞춰 '국정농단'까지 언급했습니다. 상투적인 '오리발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김정남 암살 시점과 관련한 남파 공작원 출신 전문가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정일 생일 직전에 김정남이 사망한 것은 주목할만하다는 내용입니다.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3일 ‘김정남 암살 배경과 파장’이라는 보고서에서 “대남공작부서에서는 암살이나 폭파 등 공작계획을 작성할 때 최고지도자에게 기쁨을 드린다는 명목을 내세운다”며 “이번에도 ‘김정일 생일을 맞아 김정남 제거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보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남은 지난 13일 오전 말레이시아 쿠알아룸프르 국제공항에서 여성 2명의 공격을 받은 후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사망했습니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7명의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모두 북한 국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