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김정남 효심 깊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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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생전에 생모 성혜림의 발병과 투병에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수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남이 20대 청년 시절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깊었다고 1990년대 말 러시아에서 그와 만났던 이신욱 한국 동아대 교수가 17일 회고했습니다.

이 교수는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모스크바 유학 시절 김정남을 우연히 만나 교류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1999년 가을 모스크바의 한 부촌에서 가정교사 일을 하러 가는 길에 처음 만난 김정남이 당시 투병 중이던 생모 성혜림을 보러 종종 평양에서 모스크바에 들른다고 털어놨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남의 첫 인상은 순박한 모습에 어머니의 건강을 염려하는 효심 깊은 청년이었다는 겁니다.

또 당시 북한 식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 복장의 여성 경호원 7-8명의 호위 속에 산책을 하는 나이든 여성이 동네에서 가끔 눈에 띄었다며 그를 생모 성혜림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김정남은 아픈 어머니가 의료기술이 부족한 북한 대신 어쩔 수 없이 모스크바로 와 요양치료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가끔 모스크바에 와 2주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가곤 했다는 겁니다.

효심뿐 아니라 폐쇄적인 평양과 달리 자유로운 모스크바의 분위기에도 끌렸던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이 교수는 특히 장성택이 외화벌이를 통해 성혜림의 체재비를 전적으로 충당했다며 그가 가끔 모스크바를 다녀갈 때면 한인타운 내 한식당의 방을 비밀리에 예약하곤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2001년 가을 다시 만난 김정남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길가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는 생모의 병명이 암으로 곧 사망할 것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이 교수는 어머니의 안 좋은 건강상태를 걱정하던 김정남의 모습은 비운의 황태자가 아닌 인간적인 한 사람의 아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성혜림이 2002년 5월 사망한 뒤 2005년 모스크바 한인타운의 한 호텔 식당에서 아내로 보이는 여성과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는 김정남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서로 눈인사를 나눈 게 마지막이었는 데 아마 성혜림의 묘지를 찾기 위해 모스크바에 들른 듯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교수는 김정남의 인성으로 볼 때 김정은 위원장 대신 북한의 통치자가 됐다면 한반도 위기와 핵 문제를 일으키는 독재자가 아닌 북한을 평화롭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김정남의 효심으로 보아 그의 마지막 소원은 아마 성혜림이 있는 모스크바에 묻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