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검찰, 김정남 살해 용의 여성들 “살해 혐의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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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들의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는 용의자의 신병 확보와 관련한 말레이시아 여론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말레이시아 검찰이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한 두 명의 여성을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고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인 베나르뉴스가 1일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쿠알라룸푸르 국제 공항이 있는 세팡 지구 법원에 살해 용의자인 인도네시아인25세 시티 아이샤와 베트남 즉 윁남인 29살 도안 티 흐엉이 삼엄한 경계 속에서 법원으로 출두했다고 묘사했습니다.

용의자들이 교도소를 떠나 법원으로 이동할 때 각각 7 대의 순찰차의 감시와 보호를 받았으며 법원 건물에 들어갈 때는 수 십명의 무장 경찰이 출입 통로를 통제했습니다.

출두할 때와 다르게 법원 건물을 떠날때는 두 용의자 여성이 방탄 조끼를 입었다고 베나르뉴스는 전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첫 심리를 마친 후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13일에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이샤의 변호인은 여성 용의자 두 명이 쿠알라 룸푸르 남쪽에 있는 카장 지역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면서 다음 주에 의뢰인을 만난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이들이 지난달 13일 오전 9시 국제공항 제2청사에서 북한인을 살해한 혐의가 있다고 밝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으로 알려진 이 남성은 당시 마카오로 갈 예정이었지만 두 여성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고 공항 내 치료소를 거쳐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숨졌습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는 김정남의 시신에서 검출된 독극물 분석 결과 맹독성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됐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편 범죄 심리가 시작됐다는 소식을 들은 흐엉 씨의 아버지는 딸의 결백을 믿는다면서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베트남 서비스)에 말했습니다.

(흐엉 아버지) 도안 반 탄 : 시골에서 어렵게 사는 형편이어서 변호사를 살 능력도 없습니다.

한편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의 리정철도 이번주 재판에 넘겨질 전망입니다.

말레이 당국에 검거된 이들 3명의 용의자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될 경우 사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말레이 당국은 북한 국적자 8명이 사건에 가담했다면서 국제경찰조직인 인터폴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말레이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국적자 리지현, 홍송학, 오종길, 리재남 4명은 범행 직후 평양으로 도피했으며 주 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인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은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관련해 말레이시아 당국은 현광성과 김욱일에 대해서는 북한 대사관 측의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며 평양으로 도피한 용의자들에 대해서는 송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말레이시아 외교 고위 관리였던 데니스 이그네티우스 전 대사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 정부가 당장 북한과 과감하게 단교를 선언하고 북한 대사관에 있는 용의자를 수사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그네티우스 전 대사는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국교 관계를 끊고 북한 외교관을 추방해야 한다면서 말레이시아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비자도 즉각 취소하고 평양의 말레이시아 대사관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대사관에서 은신 중인 2명의 북한인 용의자 중 외교관 신분이 아닌 고려항공 소속의 김욱일은 대사관 폐쇄 조치 후 즉시 체포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수사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그네티우스 전 대사는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