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첫날 고위 간부들을 향해 남에게 보여주기 식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의 말을 무조건 받아 적는 고위간부들의 행동을 하급간부들 까지 따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첫 아침 추모 인사를 올리기 위해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은 각 도 당위원회 위원장들을 불러놓고 자신을 과시하는 행동을 절대로 용납 않겠다는 내용으로 으름장을 놓았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23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새해 아침 김정은에게 불려간 도당 위원장들이 혼쭐이 빠지게 욕을 먹었다”며 “고위 간부들이 회의나 현장에서 하는 지시를 하급 간부들이 하나 같이 수첩을 들고 부지런히 받아 적는 행동을 보이는데 대해 화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중앙당 간부들이나 도당 간부들이 현장에 내려오면 말단단위 간부들은 의례히 수첩부터 들고 마중을 나온다”며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김정은의 현지지도에서 고위 간부들이 수첩에 열심히 받아 적은 모습을 본떠 하급간부들이 자동적으로 고위간부들의 말을 열심히 받아 적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하급 간부들이 ‘말씀 받아 적기’ 흉내를 내면 상급 간부들이 응당 말렸어야 하는데 이를 수수방관했다고 김정은이 크게 화를 냈다”며 “고위 간부들이 수첩을 들고 쩔쩔 매는 하급 간부들을 통해 자신의 권력과 위신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23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도 “김정은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이 권위를 내세우며 거들먹거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며 “자신에게만 보여야 하는 복종 행위를 인민이나 하급간부가 고위간부들에 보이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길 수가 없을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새해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은 도당 위원장들을 불러놓고 “도에 있는 애(간부)들이 아래 애(하급간부)들의 수첩놀이를 즐기고 있다는데 사실이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는 내용을 도당의 한 간부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하급간부들의 수첩놀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고위 간부들을 향해 ‘행세식 망동’이라고 질타했다”며 “새해 아침부터 도당 위원장들을 불러 놓고 ‘행세식 망동’을 부린데 대해 자기비판서를 쓰도록 했다”는 도당 간부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2012년에 소위 ‘깍뚜기’ 머리로 알려진 자신의 머리 모양을 따라 하지 못하도록 지시한 바 있고 2015년에는 자신이 입고 다니는 통 넓은 바지인 ‘풍년바지”를 간부들이 따라 입지 말 것을 지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