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집권 2년째를 맞은 김정은 정권의 북한 주민들이 이전보다 언행에 더욱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일 정권 때보다 주민탄압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는 주민들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 보여준 주민 끌어안기 행보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북한주민들이 최근에는 “아버지 김정일 때보다 더 살벌한 세상이 됐다”면서 공안통치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최근 중국에 나온 함경남도 주민 이 모 씨는 “예전보다 ‘반동 언행’에 대한 단속이 부쩍 심해져 이웃 간에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동네 잔칫집에서 한 노인이 무심코 아버지(김정일) 때보다도 더 살기가 힘든 것 같다고 한 말이 문제가 돼 다음날 가족 전원이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신의주에서 온 주민도 “남조선 물건에 대한 통제나 불법 중국전화 사용, 남조선 영상물에 대한 단속이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고 최근의 공안통치 강화를 증언했습니다.
그는 또 “단속에 걸리면 현화(달라) 10장, 즉 1,000 달러 정도는 바쳐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뇌물 액수가 높아진 것은 단속의 강도가 그만큼 세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각종 청탁을 위해 관료들에게 고이는 뇌물액수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량강도 혜산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중국에 다녀오는 도강증 발급은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돈 3,000원만 고이면 가능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5,000원을 주어도 되네 안되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국내 여행증명서 발급에도 뇌물액수가 높아져서 일부 달리기 장사꾼들은 아예 여행증명서 발급을 포기하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장사에 나서는 모험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국경 연선의 밀수꾼들은 뇌물액수가 턱없이 높아져 뇌물 고일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아예 밀수 벌이에 나설 생각을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청진과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는 화교 진 모 씨는 “북한에서 소속 직장단위에 출근하지 않는 대가로 찔러주는 속칭 ‘8.3질’에 드는 돈이 날이 갈수록 올라 최근에는 연간 1000 달러는 있어야 직장을 비우고 장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북한주민 소식통들은 “당국의 주민 통제강화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생활고로 이어지고 있으며 절도, 강도, 살인사건 등 각종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