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간부들에게 자신의 복장과 모습을 따라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분별한 따라 하기를 금지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자신을 더욱 신격화하려는 의도라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깍두기머리, 풍년바지, 아바이모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머리 모양과 복장을 가리키는 북한주민들의 표현입니다. 북한 선전매체가 김정은의 머리 형태를 패기(모난)머리라 추어올렸지만 실제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2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9.9절(국경절) 이후에 있은 간부강연회에서 일체 장군님(김정은)의 복장이나 행동을 따라하지 말데 대한 중앙의 지시가 지방의 당 간부들에게 전달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에 고급 양복사들에게 김정은 제1비서가 입는 것과 같은 형태의 옷들을 주문했던 간부들은 씁쓸한 마음으로 주문을 취소하느라 분주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복장이나 머리 형태를 따라 하는 것은 간부들의 오래된 관행이자 유행관념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전임자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자신이 입는 것과 꼭 같은 겨울 솜옷을 중앙당 간부들에게 선물하기도 했으며 중앙의 간부들이 자신의 옷차림과 글씨까지 흉내 내도록 장려하면서 이런 따라 하기를 매우 즐겼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자신을 흉내 내는 간부들을 싫어하는 것 같다고 그는 판단했습니다. 김정일 시대만 해도 간부들이 최고지도자의 복장을 본 따는 것은 일종의 충성심의 표현으로 간주됐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24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9.9절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풍년바지’를 입고 나타났던 최룡해가 김정은으로부터 지적과 수모를 받고 나서 바지를 갈아입고 와야 했다는 이야기가 간부들속에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최룡해가 ‘풍년바지’를 입었다가 혼이 났다는 이야기는 김정은이 자신을 흉내 내는 자들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그는 해석했습니다. ‘풍년바지’는 몸에 어울리지 않게 품이 넓은 바지를 가리키는 북한식 표현이라고 그는 전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많은 간부들은 김정은의 성격을 아버지인 김정일처럼 생각하고 그의 복장으로부터 머리 형태까지 흉내 내려는 분위기가 높았다며 그 중의 하나가 김정은이 입고 있는 ‘풍년바지’였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특히 “김정은이 간부들에게 자신을 흉내 내지 못하도록 지시한데는 간부들의 민망스러운 아부행위를 제제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마치 신비로운 인물로 신격화하기 위해서라고 비판하는 간부들도 많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