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어머니 때문에 생일 기념 못 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1월8일)이 2017년 북한 달력에도 명절로 표기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연합뉴스가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서 입수한 2017년 북한의 달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일(1월8일)이 2017년 북한 달력에도 명절로 표기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연합뉴스가 대북매체인 자유북한방송에서 입수한 2017년 북한의 달력.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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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국가 대명절'로 기념하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과는 달리 김정은의 생일이었던 8일은 조용하게 지나갔습니다. 김정은은 어머니 고용희의 '출신성분' 때문에 매년 자신의 생일을 성대하게 치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사망이후 6번째를 맞이한 김정은의 생일은 올해도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측 조선중앙통신이 “다음해 1월 김정은 각하의 탄생일을 성대히 경축하며”라고 언급했음에도 김정은의 생일이 조용했던 이유로 고용희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친모인 고용희의 ‘출신성분’과 ‘정통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김정은 우상화에 앞서 마무리돼야 할 고용희 일가의 우상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을 9일 내놓았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 (김정은의 생일을 성대히 치르지 못하는 것은) 어머니 문제가 결정적입니다. 그리고 외가 쪽 문제도 정리가 안됐습니다. (우상화를 위해) 김정은의 외가에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고용희 집안이 너무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때문에 좀 더 신중하자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고용희와 그의 가족들은 북한 내부에서도 차별받는 ‘째포(재일교포)’ 출신입니다. 더욱이 고용희는 김정일의 첫번째 부인도 아닙니다. 최고지도자의 어머니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출신성분’과 ‘정통성’ 등의 자격 가운데 어느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9일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모계와 관련한 우상화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김정은의 생일이 조용하게 치러진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도 김정은 우상화의 약점으로 고용희를 꼽은 바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통일부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김정일은 빨치산 대장과 빨치산 대원의 아들이라고 혈통을 강조했다”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3월 내부 강연 제강에 자신의 어머니 이름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은 ‘백두혈통’으로서의 정체성과 명분이 떳떳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김정은의 이른바 ‘훌륭한 성품’을 선전하기 위해 생일을 국가적 명절로 지정하는 작업을 미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겸손하신 김정은 동지가 실무자들의 간곡한 요청을 사양하셨다”는 식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겁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김정은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개인숭배 작업에 돌입하면 웃음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양보하는 것처럼 '겸양의 미덕'을 보이며 미루다가 김일성과 김정일이 잊힐 때 즈음 국가적 명절로 지정할 겁니다.

김정은의 생일은 공휴일로 지정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 북한 달력에 김정은의 생일은 표기돼 있지 않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도 8일과 9일 보도에서 김정은의 생일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1970년대 이후부터 자신들의 생일을 국가 명절로 지정해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특히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이후에는 그들의 생일을 각각 ‘태양절’과 ‘광명성절’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