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정은 시대, 좋아진 것 없어”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이해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업적을 찬양하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독려하는 가운데 북한 지방도시의 주민 사이에서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올해 초부터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해 준 것도, 좋아진 것도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특히 지방에 사는 북한 주민일수록 불만이 컸다고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함경북도에 사는 30대 노동자는 "김정은 정권이 처음 들어섰을 때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했지만, 이후 3년 9개월 동안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전한 30대 노동자의 말입니다.

[취재협력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새 정권이 시작됐을 때에는 많은 사람이 큰 기대를 가졌습니다. 이제는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고 북한 주민도 정부에 아무런 기대가 없습니다. 북한은 한마디로 간부나 평양사람들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잘사는 사람은 더 잘 살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 못 살게 되는데, 누가 이 정권을 좋아하겠습니까? 이제는 무슨 회의에서 '당의 방침이다', '장군님의 방침이다'해도 주민은 관심이 없다고 봐도 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평양에만 발전이 집중될수록 지방도시 주민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며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무관심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주택을 비롯해 스키장과 물놀이장 등 각종 오락시설, 평양의 새 공항 건설 등 북한 주민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선전하지만, 지방에 사는 주민의 생각은 다르다는 겁니다.

[Ishimaru Jiro] 첫째, 평양은 몰라도 지방에는 (김정은 집권)3년 9개월 동안 잘해준 것도, 좋아진 것도 없다는 것이고요, 둘째, 평양에 높은 건물이 많아지고, 물놀이장․유원지․식당 등이 많아졌다고 선전하지만, 지방 사람의 생활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생각도 공통적입니다. 세 번째는 평양에서 건설이 활발해지고, 평양의 여러 시설이 많아질수록 지방 사람의 부담이 커진다는 거죠. 건설자재․노력동원, 이동의 통제 등 여러 평양 건설 사업이 활발해질수록 지방 사람이 살기가 어려워진다는 것도 공통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노동당과 김정은 제1위원장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관한 관심도 떨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특별공급은 없고, 오히려 장사를 방해하는 통제와 불편함만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Ishimaru Jiro] 아시다시피 큰 행사가 있으면 통제도 심해집니다. 정치적인 행사 동원이 많아지고, 행사 자체가 가까워지면 이동통제, 장사통제도 강화됩니다. 하지만 혜택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북한 주민의 생각인데요, 거둬가는 것은 많아지고, 대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으니까 불만밖에 느끼지 못할 겁니다.

집권한 지 4년 차에 접어든 김정은 제1위원장은 올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성공적으로 치러 당 장악력을 더 확고히 하고 당을 통한 북한 주민의 통제를 더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게 대다수 언론매체와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30대 노동자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김정은 정권에 대해 기대를 저버렸습니다. 이제는 북한 당국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노동자의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북한에서 노동당원이 더는 성공의 지름길이 되지 못하는 데다 시장경제의 확산에 따라 당원이 아니어도 돈만 있으면 출세가 가능한 세상이 되면서 70년간 집권당으로서 북한을 지배해 온 노동당의 위상도 점점 떨어지는 사회구조가 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