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11년 말 김정일 사망 직후 북한 인민군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상 검증'이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민주화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22일 공개한 '사상동향자료'에는 김정일 '애도 기간' 동안 군 간부들의 발언, 표정, 행동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직부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었다.”
“점심과 저녁식사까지 전폐하고 조의행사와 관련한 조직사업을 진행했다.”
북한의 3군단 사령부 정치위원이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19일부터 다음해 2월까지 산하 부대 간부들의 동향을 기록한 자료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표정과 몸짓, 당시 상황까지 자세하게 묘사했습니다.
이 자료에는 봉화산 235군부대의 부대장과 정치위원, 315연대와 316연대의 참모장, 정치지도원, 화학중대장, 무선소대장 등 3군단 산하 부대 간부들의 사상을 검증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료에 등장하는 간부급 인사들은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접한 직후 식사를 거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습니다. 또한 집으로 귀가하지도 않고 김정일 조의 행사와 관련한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235군부대장은 ‘특별방송’을 본 후 “대국상을 당하고 보니 죄책감이 많아진다”면서 “한 분밖에 안계시는 김정은동지를 잘 모셔야 한다”고 말하면서 목놓아 울었다고 자료에 기록돼 있습니다. 3군단 산하의 사단 정치위원에 대해서는 “(김정일) 애도 전기간동안 사무실 책상 위에서 잠을 잤다”면서 “슬픔에 잠겨 곡소리를 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 군 간부들이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있어도 반발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분석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사망 직후 군의 전간부에 대한 광범위하고 치밀한 사찰이 이뤄졌습니다. 종합보고서가 2011년 2월에 만들어졌는데 이 보고서를 토대로 야전 군에 대한 사상검증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일 사망을 애도하는 기간동안 부적절한 행동을 보인 간부에 대한 기록도 나옵니다.
“(조의 화환을) 미리 만들었으면 빛이날 걸 이제야 만들었나”라는 235군 부대장의 발언을 들은 군관들이 “머리를 갸웃거렸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식사시간에 ‘콧노래’를 부른 315연대 참모장의 행동을 보고 “정상사고 같지 않다”고 주변에서 문제를 제기한 부분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집권 초기 숙청된 리영호 총참모장 등 고위 군 간부들은 이러한 사상 검증에 꼬투리를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