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요동치는 김정은 체제① 불안한 2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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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체제 3년차를 맞아 북한의 권력지형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리영호, 장성택, 최룡해 등 김정일 시대의 핵심 실세들이 대거 숙청되거나 해임되고, 핵심간부 상당수가 교체됐습니다.

한치 앞을 가려볼 수 없는 안개 정국 속에서, 북한체제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확립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의 권력구도 변화를 긴급 진단하고,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권력안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거쳐 특별 방송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불안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권력지형이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장성택의 뒤를 이어 '2인자'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아온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돌연 물러나고, 당관료 출신인 황병서가 신임 총정치국장에 올랐습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26일 소집된 것으로 알려진 당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최룡해를 전격 소환하는 군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지 보름 만에 이뤄진 최룡해의 보직변동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최룡해를 전격 소환한 것은 군에 대한 장악, 즉 군 안에 영군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항일빨치산 가문의 전통적인 가정배경을 업고 김정은 정권의 최고 실세에 올랐던 최룡해의 변동과 관련해 한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조동(이동배치)보다는 해임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장용석 선임연구위원: 다만 한가지 주목하는 것은 김정은이 681군부대 포사격 지도를 갔을 때 군내 정치위원회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군의 전투준비 훈련실태가 엉망이라고 비판했던 점. 이것은 최룡해에 대해 직접적으로 한 비판이거든요.

장 연구위원은 "최룡해의 해임은 비리일수도 있고 직무상 무능일수도 있다"면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군 제681군부대 포사격 훈련을 참관하면서 군의 전투준비 실태가 엉망이라고 비판했던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4월 26일 북한 중앙텔레비전은 북한군 제681군부대 포사격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구분대(대대급 부대) 싸움준비가 잘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한 내용들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중앙tv 녹취: 부대당위원회가 지휘관들과 군인들이 자기들 앞에 맡겨진 혁명임무를 훌륭히 수행하도록 당정치사업, 군인들과의 사업을 잘하지 못한데 있다고 말씀하시었습니다.

이는 최룡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으로, 최룡해가 군총정치국장으로 있을 때 김정은 지지기반을 확립하는 데 기여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이유를 들어 견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장 연구위원은 분석했습니다.

지난 4월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최한 김정은 제1위원장이 좌석에 앉은 군간부들을 호되게 질책하는 듯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군에 대한 김정은의 영군체계확립이 잘 되지 않았음을 강하게 질타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장 연구위원은 최룡해가 청년동맹과 당사업을 해온 전통 민간 관료출신이라는 점에서 군 장악력이 떨어져, 노동당 비서로 자리를 옮겼다는 일부 시각도 있어 여전히 해석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북한군 내부 통신원들과 연락하고 있는 한국 내 대북소식통들은 최룡해의 실각과 관련해 "군 총정치국의 그룹화, 관료화가 기본 해임 원인으로 꼽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세율 겨레얼 통일연대 대표의 말입니다.

장세율 대표: 최룡해는 당에 다 보고했다고 하는데, 보고되지 않은 항목들이 많다고 지적이 되었습니다. 결국은 맹종맹동죄로 해서 치고요. 그리고 가정혁명화가 걸렸습니다.

최근 북한 내부 통신원들로부터 이 같은 소식을 접했다는 장 대표는 "현재 북한군부 내에서 군단장, 군단정치위원 등 일부 군 인사들의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면서, "경험이 부족한 젊은 간부들이 새로 발탁되면서 실무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좌천된 최룡해 비서가 얼마 전 김정은, 리설주 부부가 참관한 전투비행기술 경기대회에 참가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곁에 앉아있는 것과 관련해 한 고위층 탈북인사는 "최룡해 해임설을 잠재우려는 일종의 통치술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로 이미 군복을 벗은 최룡해가 군 관련 행사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이는 김정은의 광폭정치를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그는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3월에 이어 한달 만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연이어 개최한 것은 군 장악을 위한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해임과 때를 같이해 총정치국 주요간부들인 조직부국장에 박영식 중장이 임명되고, 선전부국장도 김동화 중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총정치국 핵심 간부 3역을 모두 교체한 것은 군에 대한 영군체계를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고 손광주 데일리엔케이 통일전략연구소장은 분석했습니다.

손광주 통일전략연구소 소장: 현재 김정은 체제에서 군 장성의 인사교체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대략 두 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아직 김정은이 아직 군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수령독재를 지키기 위해서 군부를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고….

손 소장은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유일영도체계, 다시 말해 영군체계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김정은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은 군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인민군 안에 각종 비리와 부패가 상당히 많다"면서 "외화벌이 비리를 캐내는 과정에 군장성들의 비리가 발각되고, 이를 빌미로 해서 군 장성들을 갈아치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손 소장은 나아가 새로 부임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최룡해의 비리를 낱낱이 찾아내어 김정은과 국가안전보위부에 고발하면 군부내에 깔린 최룡해의 '가지 자르기'도 본격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손광주 소장은 "군 장성에 대한 인사교체는 김정은의 개인 독단에 의한 것이 90%이상이고, 김정은의 지시를 받은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실무작업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권력층에 대한 세대교체는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해군분석연구소(CAN)에서 북한 지도부 문제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켄 고스 연구국장은 황병서가 당조직부에서 근무하며 군내 인사 문제를 관할해왔다면서, 황병서를 통한 군장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Ken Gause: 김정은은 장성택을 처형한 뒤 권력 공고화 3단계 가운데 마지막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3단계에선 자신의 통치를 보좌해온 섭정 구조를 제거하고 대신 측근들로 교체하는 게 김정은의 주 임무입니다. 그런 뒤 궁극적으로 김정은은 당과 군의 원로 지도자들에 대한 대폭 물갈이를 통해 정권 전반에 대대적인 수술을 가하려 할 것이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워 이 단계까진 오지 않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김정은에로의 국가권력을 순조롭게 이양하는 단계를 1단계로 본다면, 리영호, 장성택 등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는 세력에 대한 숙청은 2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게 고스 국장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앞으로 1~2년 새에 총정치국과 비서국 등에 남아 있는 핵심 인사들을 모두 자기 측근 인사들로 교체해 권력 공고화 작업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를 완수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 북한의 2인자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실체는 누구일까,

김정은 체제에서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북한의 숨은 '2인자'로 주목 받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최룡해를 내친 것도 군 장성들의 모든 비리를 알고 있는 진짜 숨은 '실권자' 황병서를 내세워 군 장악에 두 팔 걷고 나섰다는 것입니다. 군 장성들의 비리를 낱낱이 꿰뚫고 있는 황병서가 최룡해를 대신해 영군체계확립에 한몫 할 것이란 기대가 부여됐다는 겁니다.

'당 속의 당'으로 불리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 김경옥, 신임 총정치국장 황병서는 군인사권과 군 간부들의 모든 비리를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군 장성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습니다. 2010년 노동당 제3차 당대표자회때 김정은과 함께 대장칭호를 받은 김경옥은 군부 내 인사권을 틀어쥐고 군 장성들을 쥐락펴락하는 핵심실세로 알려졌습니다.

2010년 처음 중장의 군사칭호를 받고 권력핵심부에 진입한 황병서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과장시절부터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작업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확실히 '김정은의 사람'으로 분류됐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런 의미에서 황병서의 진출은 군 권력 주변에 있는 김정일 시대 사람들을 쳐내고 김정은의 사람들로 채우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요동치는 김정은 체제의 권력지형' 첫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다음 시간에는 다음 시간에는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 정권, 권력안정에 성공할까?"를 보내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청취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