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요동치는 김정은 체제② 권력안정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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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체제 3년차를 맞아 북한의 권력지형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리영호, 장성택, 최룡해 등 김정일 시대의 핵심 실세들이 대거 숙청되거나 해임되고, 핵심간부 상당수가 교체됐습니다. 한치 앞을 가려볼 수 없는 안개 정국 속에서, 북한체제는 김정은 유일영도체계확립에 안간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희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 정권의 권력구도 변화를 긴급 진단하고,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고 있는 권력안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두 차례에 거쳐 특별 방송해드립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김정은 정권, 권력안정에 성공할까?"를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권력 안정화 3단계로 들어선 김정은 정권.

이른바 김정은에로의 순조로운 권력이양과 반대파 세력을 제거한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워준 섭정구조를 허물고, 권력핵심부에 '김정은의 사람들'을 채워 넣는 제3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노동당 중심의 지도기능을 복원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를 앞세워 유일지배체제 확립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를 앞두고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소집하고, 장성택 숙청으로 생긴 노동당 정치국의 공백을 메웠습니다.

김정일 시대에 4명으로 구성됐던 당정치국 상무위원을 김정은, 김영남, 최룡해 등 3명으로 축소했지만, 이마저도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면서 상무위원에 남아있을 가능성은 희박해졌습니다.

노동당 정치국위원 가운데서도 장성택이 숙청되고, 김경희 등이 정치무대에서 사라지면서 조연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위원으로 발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가운데서도 최근 군의 핵심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리영길 총참모장이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시 당중앙 정치국회의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당과 국가 요직 인사 이동은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노동당 비서국에도 강석주가 국제담당 비서로 진입했고, 오수용도 함경북도당 책임비서로 있다가 비서국에 진입했습니다.

군의 주요사안을 결정하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3월과 4월 연이어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황병서와 장정남, 리영길 등 신군부 실세들이 군사위 위원에 올랐습니다.

총정치국장에 발탁된 황병서는 과거 최룡해가 차지했던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 올랐을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군과 군수담당 최고간부들이 맡는 자리임을 감안할 때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이 된 조춘룡도 당중앙 군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당 정치국과 비서국을 대폭 손질한 김정은 정권은 황병서를 내세워 군 권력 주변에 있는 김정일의 사람들을 전면 물갈이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권력안정화 단계는 김정일 시대 사람들을 '김정은의 사람'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장용석 선임연구위원: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낙선되었던 인물들에 대한 퇴조 내지는 후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황병서를 중심으로 하는 조직지도부를 주축으로 하는 김정은의 주류세력들이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이 같은 김정은 권력안정화 작업은 노동당 전문부서의 부부장급 실무그룹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조연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중앙당 비서급 간부들의 인사권을 틀어쥔 본부당 책임비서로, '당 속의 당'을 관할하는 핵심실세입니다. 당 조직지도부는 조연준과 김경옥 제1부부장을 양대축으로 민간 당조직과 군 당조직을 장악하는 동시에, 최휘 노동당 제1부부장, 민병철 부부장 등이 하부당 조직을 장악하는 방법으로 김정은 권력 안정화를 보좌하고 있습니다.

당 조직지도부는 장성택 숙청 이후 당 행정부 기능까지 흡수하면서 북한 최고의 파워엘리트 그룹으로 부상했습니다. 거기에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당중앙위 '책임일꾼'으로 등장하면서 친정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양대 핵심부서로 알려진 당선전선동부는 김기남 당비서, 리재일 제1부부장, 김병호 부부장과 같은 선전선동의 '귀재'들로 꾸려진 집단으로, 현재 김정은 유일지배체계 확립을 위한 '사상전'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노동당 군수공업부에도 홍영칠 부부장과 홍승무 부부장 등 신진 간부들이 발탁되어 대미압박을 위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전용남 청년동맹 위원장도 800만 청년들을 이끄는 청년동맹 수장으로, 최근 김정은 정권에서 신실세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외교 분야의 핵심적인 자리도 김정은의 사람들로 속속 채워지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강석주는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 취임해 향후 대미 외교력 행사에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스위스 유학 시절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돌본 것으로 알려진 리수용도 외무상에 배치해 미국의 대북 제재를 대유럽 외교로 돌파하려는 시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당중앙군사위 위원, 국방위 위원 등 핵심 요직에 앉아 김정은 유일영도에 거부하는 세력들을 진압하는 양대 공안기관 책임자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은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선거를 통해 김정일 시대의 대의원 687명 중 55%를 신세력으로 교체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꾸려진 '김정은 사단'의 권력안정 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북한은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이라는 국가전략을 내걸고 미국과 맞서는 한편, 주민생활 안정이라는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발전, 즉 인민생활 안정은 북한의 그릇된 국가전략과 상충되어 도저히 출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자면, 인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해야만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손광주 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의 분석입니다.

손광주 데일리NK통일전략연구소장: 김정은이 지금 당권력 국가권력, 군사권력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권력이 안정되었다고 보는 것은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과 중국의 대북제재가 상당히 현실성 있게 진행되고 있고, 북한내부에 외부정보가 다량 유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시장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김정은을 둘러싼 수령독재의 대내외적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권력은 과거 김일성, 김정일 권력에 비해 매우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안착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그렇게 분석하는 것이 유효하지 않겠는가 생각됩니다.

또 김정은 정권이 권력내부를 친정세력으로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김정일 시대 엘리트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장용석 선임연구위원: 다른 편으로 보면 다수 엘리트들이 배제되고, 과거 김정일 시대부터 왔던 중요한 세력들이 배제되는 측면들이 있기 때문에 권력기반이 오히려 좁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수 엘리트들의 불만, 관망, 소극적인 협조 같은 것들이 오히려 안전보다는 불안전한 측면들을 누적시키고 있는 점도 우리가 주목해봐야 되겠다 생각해보고요.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연구소(CAN) 연구국장도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 작업을 순조로이 마치더라도 결국 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권력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Ken Gause: 아직까지 김정은이 보여주지 못한 게 경제 부문의 성과입니다. 그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끌어들이고 남한 경제의 엔진을 활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합니다. 핵실험 등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인해 그가 경제부문의 성과를 낼 수 없다면 권력 공고화를 완수하는 일도 무척 힘들 겁니다. 결국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 작업을 완료하려면 정통성도 필요한데, 그건 인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위해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박봉주를 내각 총리에 그냥 유임시키고, 경제개혁에 매진하고 있지만, 북한의 보수적인 국가전략에 걸려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있어 당과 국가 간부들을 갈아치우는 작업은 쉬운 일이겠지만, 핵실험 등으로 유엔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인민생활 향상은 오히려 더 어려운 과제라는 게 고스 국장의 진단입니다.

고스 국장은 이어 김정은이 만일 경제부문에서 제대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의 권력기반은 향후 3~5년 사이가 가장 약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김정은 체제에 사실상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장성택, 김경희 등 김정일 시대의 세력이 퇴장하고, 국제사회 경험이 없고 무능력한 신진 세력이 무모한 충성경쟁과 과도한 충동주의를 자초할 경우, 한반도 상황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