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북한의 사법기관 간부들이 자진해서 사직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법간부로써 긍지를 갖기 어려운데다 수입도 시원치 않아 일찍이 은퇴해 장사 길을 개척해 돈을 벌어보려는데 사직의 목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진단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리를 대신할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능력 없는 자들은 제때에 갈아치워야 한다” 2013년 5월 내각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실적이 없는 간부들을 질책하면서 한 방침(구두지시) 내용입니다.
하지만 실적을 독촉하는 북한에서 요즘 간부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사법기관 간부들은 “힘이 있을 때 제 앞길을 닦아 놓아야 한다”며 앞 다퉈 사직서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식통들은 말했습니다.
8일 자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금 같은 시국에는 알아서 적당한 때에 물러나는 것도 살아가는 요령”이라며 “괜히 자리를 지키려다가 가족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존을 위한 사법간부들의 살얼음판 같은 생활을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얼마 전 만포시 관문동의 담당보위지도원이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한 가족이 집단 도강(渡江)했다는 이유로 연좌적인 책임을 지고 해임 철직되었다며 사법기관 간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연좌적인 책임을 지고 해임 철직이 되면 운이 좋다고 해도 어느 공장지도원이나 세포비서 정도로 소생하는 게 보통이라며 만약 운이 없을 경우 영원히 사회에서 매장돼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쓸 경우를 대비해 사법간부들은 “과오가 없을 때 스스로 물러나려 한다”며 사법간부로 있다가 사직하게 되면 돈 많은 부자나 힘 있는 간부들과 안면이 넓어 개별적인 장사에도 유리하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10일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도 “도 보위부 부부장을 하던 내 친구는 일찌감치 사직하고 이젠 버스를 두 대씩이나 가지고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나도 사직서를 쓰려는데 아직은 이렇다 할 구실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더욱이 “요새는 북남 정세도 긴장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나빠 ‘세상이 바뀌면 어느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법간부들 속에서 높아지고 있다”며 “간부가 사직하면 그 자리를 대신할 간부 성원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지금 간부계의 실정”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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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북한의 사법공안기관
북한의 사법공안기관은 재판, 검찰, 인민보안부, 국가안전보위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북한에는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제도가 없으며, 사법공안 간부는 민주 국가에서처럼 해당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를 통과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에서 임명한 사람이 됩니다. 이 권력 기구들은 법 집행에 있어서 헌법보다는 김씨 일가의 권위를 절대시한 ‘당의 유일사상 체계10대원칙’을 최고의 법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사법공안기관에 대한 국가의 공급(식량, 의류 등)은 양호한 편이지만, 낮은 월급 등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못해 간부들의 부정부패가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