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진정성 안 보이면 중대 결심”

0:00 / 0:00

앵커: 개성공단 실무 회담이 25일 사실상 결렬됐습니다. 남측은 북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촉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6차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사실상 결렬됐습니다.

남측 통일부의 김형석 대변인은 북측이 “실무회담의 사실상 결렬을 선언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석: 정부는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의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 대변인은 “중대한 결심”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대 결심’ 발언은 “청와대와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안다”고 정부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남측이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측을 상대로 “중대 결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입니다. 당시 남측은 북측이 개성공단 통행을 제한하자 “중대 결심”을 하겠다고 밝힌 뒤 개성공단 기업인을 모두 철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의 존폐와 관련해 남측이 특정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날 회담이 결렬에 이른 이유는 재발 방지책을 놓고 양측이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남측 대표단은 기자들에게 "재발방지 보장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협의를 진행했으나 북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북측은 개성공단 사태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습니다.

북측은 "남측이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북측은 “개성공단이 파탄에 이를 경우 군대가 다시 주둔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개성공업지구는 남측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얼마든지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불씨가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라는 일각의 평가도 있습니다. 판문점 직통 연락망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북측은 회담의 ‘결렬’이 아니라 ‘결렬 위기’라고 표현했고, ‘폐쇄’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남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북측이 ‘개성공단에 군대를 다시 주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미 예전에 유사한 위협을 한 바 있고 회담이 결렬되거나 공단이 폐쇄될 경우 등과 같은 전제가 붙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책을 놓고 6차례나 당국간 회담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상태여서 개성공단 사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