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회담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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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14일 타결됐습니다. 북측의 일방적 조치로 공단의 운영이 중단 된 지 꼭 133일만입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14일 7차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핵심 사안이었던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와 관련한 문안은 남북이 모두 한 발씩 양보해 작성했습니다.

“남과 북이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는 겁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입니다.

누가 유사사태의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이냐는 문제는 남측이 양보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남과 북’을 주체로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약속하느냐는 부분에서는 북측이 양보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근로자 철수 등을 포함해 지난 4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취했던 조치들을 재발방지의 내용으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양측이 이처럼 한발씩 양보하면서 약속의 주체는 ‘남과 북’으로 하고 약속의 내용은 북측이 해야 할 일들로 채우는 해법을 찾은 겁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남과 북이 한걸음씩 양보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해 굉장히 어려운 정치적 결단을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런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를 좀 진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발판을 유지하고 확보하는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밖에 남북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로 발생한 남측 기업들의 피해 보상 문제를 앞으로 구성될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 협의키로 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남북 당국간 실무회담이 타결된 것과 관련해 "앞으로 남북관계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오랜 시간 동안 정부를 신뢰하고 기다려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회담에서 극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 준 남측 정부와 북측 당국을 진심을 담아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합의로 인해 앞으로 남북관계는 순풍을 타게 됐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특히 15일 있을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제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선, 남북 양측이 추석을 기해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조건으로 북측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의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자산을 북측이 압류하는 등 재산권의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기술적으로 푸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겁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남측 관광객이 북측 군인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중단된 바 있습니다.

또한 남북간 문제를 다 푼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핵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이날 7차 회담의 성과는 지금껏 엉망이 된 남북관계를 원상복구하기 위한 첫단계일 뿐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첩첩산중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한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공단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공단의 재가동은 남북 당국 간 세부 사항 조율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