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유럽경제공동체 역할 기대”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려 극적인 타결을 한 가운데 양측 대표단이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14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열려 극적인 타결을 한 가운데 양측 대표단이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앵커 : 핀란드의 한반도 전문가는 14일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것을 환영하며, 한반도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국가의 정치 통합의 초석이 된 유럽경제공동체와 같은 개성공단의 역할을 기대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핀란드의 외교관 출신 마르쿠 하이스카넨(Markku Heiskanen) 한반도 전문가는 남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한 경제협력으로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화합을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이스카넨 씨 : 2차대전 중 적국이었던 프랑스와 도이췰란드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uropean Coal and Steel Community),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와 같은 경제통합을 통해 정치적인 통합을 이뤘습니다. 둘이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제2차 대전 후 설립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서유럽 국가들의 석탄철강산업을 초국가적인 차원에서 공동으로 관리하면서 사실상 유럽연합이라는 정치통합의 바탕이 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하이스카넨 씨는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경제협력이 정치나 인권과 같은 좀 더 복잡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남북한 지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이스카넨 씨 :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매우 실용적(quite pragmatic)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건설적인 대북 접근법으로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봅니다.

하이스카넨 씨는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정책을 통해 동북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외교관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원 한국연구소장(Director, Korean Programs)은 개성공단 재개가 비핵화나 남북한, 북미 관계 정상화로 쉽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남북한이 분명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톨로라야 소장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초에 호전적인 발언을 쏟아낸 것을 매우 후회하며 남북한 관계 개선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도 북한의 강경파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도록 김 제1비서를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지난 13일부터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부 차관과 만나 북핵문제 등과 관련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러시아는 6자회담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꺼이 노력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의 정책연구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는 합의된 것처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가 구성되고 개성공단의 장기적인 안전이 보장된다면, 한국 정부는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중단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도주의적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를 설치해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 문제와 별개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추가적인 남북한 관계 개선이 없는 한 개성공단의 재가동 합의가 미국과 북한 간의 핵문제를 둘러싼 정치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