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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발언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을 양자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했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의 원자바오(온가보) 총리에게 미북 양자회담을 통해 두 나라 간 적대적인 관계가 반드시 평화적인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벌이는 협상의 상황을 지켜본 뒤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고 김일성 주석의 유훈인 만큼 이를 위해 노력한다는 북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민간단체인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한미정책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미국을 양자회담에 참여시키려는 미끼로 6자회담 참여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nyder: They are basically using their participation in 6-party talks as a carrot, try to attract the US into a bilateral dialogue.
스나이더 소장은 북한 측이 미국이 원하는 6자회담 참여 가능성을 밝히긴 했지만, 미국이 선뜻 북한과 양자회담에 나서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협상을 벌일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회담에 복귀하라고 북한 측에 요구했는데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고 김일성 주석의 한반도 비핵화 관련 유훈을 언급했을 뿐 미국이 생각하는 미북대화 재개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게 스나이더 소장의 설명입니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데이비드 강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북한은 6자회담 이전에 미북 양자회담이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양자회담과 6자회담을 병행하자는 입장이라면서 비록 미북 간 양자회담이 조만간 열린다고 해도 북한이 원하는 심각한 주제가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Kang: Maybe one talks something like that, but (if there will be) serious bilateral talks before multilateral, I would be surprised.
강 소장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을 소외시키지 않을 방침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북한과 양자협상을 하는 게 부담스러운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선원 박사는 미국도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미흡하다고 느끼지만 계속 북한의 대화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입장이기 때문에 조만간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리라고 예상했습니다.
박 박사는 일단 미북 양자대화가 시작되면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즉 이정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강경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며 북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보즈워스 대표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진 않으리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