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로동당 비서가 최근 새로 선출된 13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제외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경희라는 이름이 대의원 명단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실시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김경희는 ‘제285호 태평 선거구’에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이 인물이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인지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5년 전 12기 대의원 선거 때는 김경희라는 이름의 당선자가 두 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한 명뿐입니다. 게다가 김경희가 입후보한 제285호 태평 선거구는 평안북도 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김경희가 평북에서 대의원으로 입후보할 연관성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김경희가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김경희의 탈락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남편인 장성택의 숙청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또한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있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더이상 후견인은 필요치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 최고인민회의에서 김경희가 선출되지 않았다면, 이는 김정은 체제 하에서 백두혈통의 후견인이라는 개념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고요. 장성택과 관련된 인사들을 축출하고 있는데, 김경희 또한 그 대상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경희가 스스로 사퇴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과의 갈등설로도 이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의 탈락 가능성은 건강 문제와 연관해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장성택의 처형 이전부터 김경희는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 9일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대의원에 나서지 않았다면, 이는 김경희의 정치적 위상에는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경희 말고도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물은 또 있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입니다. 12기 선거에서는 김영남이라는 이름의 당선자가 두 명이었지만, 이번엔 한 명입니다. 당선 지역은 ’55 은하 선거구’입니다.
이는 과학원 선거구여서 정치인 김영남이 아니라 과학 관계자 김영남이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탈락이 사실이라면 86세의 나이를 고려한 세대교체용 포석일 것으로 분석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경희와 김영남의 탈락 여부는 4월초로 예상되는 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이들의 참석 여부를 지켜봐야 판가름날 것 같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