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기록영화에서 삭제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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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 당 비서의 모습이 기록영화에서 최근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성택의 측근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조선중앙TV는 15일 금수산태양궁전 건립에 대한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예전에 김경희가 나왔던 장면을 모두 대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지난해 12월 13일 최초 방송된 이후 올해 1월 4일과 1월 5일, 그리고 2월 16일과 4월 15일 등 모두 네 차례 추가 방영됐습니다. 그런데 2월 16일 이후에는 김경희의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고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17일 말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2월 숙청된 장성택의 측근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김경희는 김일성 주석의 딸로 1946년에 태어났고 장성택과는 1972년 결혼했습니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 제1비서는) 자신의 체제가 거의 확립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는 김경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록영화에서 제거하면서 주변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도 북측은 주요 인물을 숙청한 후 보도물이나 기록영화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행태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경희도 예외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애초 북측은 장성택 처형 이틀 뒤인 12월 14일에 발표한 김국태 장의위원 명단에서 김경희의 이름을 올려 김일성의 딸은 숙청의 여파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김경희가 김정은 제1비서와 ‘관계를 단절했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김씨 일가의 갈등이 지속되자 이를 봉합하기 위해 김경희에 대한 처리 방침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그 결론은 1월 초에서 2월 중순 사이에 내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1월 5일까지만 해도 김경희의 모습이 기록영화에 나오다가 2월 16일 이후에는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관심사는 김경희가 물리적으로 숙청됐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김경희가 이른바 ‘백두혈통’임을 감안해 물리적인 숙청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고위급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또한 김경희는 현재 알코올 중독과 당뇨 등으로 와병 중이라는 점도 북측은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고위급 탈북자들은 덧붙였습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 9일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자취를 감췄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