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설' 김경희, TV에 다시 등장

0:00 / 0:00

앵커: 정치적으로 숙청된 것으로 추정됐던 김경희가 다시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TV 화면에서 사라졌던 김경희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북측 조선중앙TV는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 건립에 대한 기록영화를 재방송하면서 예전에 김경희가 나왔던 장면을 모두 삭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9일 방영된 김정은 제1비서의 체육 관련 활동을 담은 기록영화에서는 김경희의 모습이 두 차례나 그대로 나왔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에 방영된 ‘김정숙평양방직공장’에 관한 영상물에서도 김경희가 오빠인 김정일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방송됐습니다.

지난 15일 기록영화에서 삭제된지 불과 닷새 만에 김경희가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조선중앙TV가 특정 인물의 모습을 삭제해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숙청을 의미했습니다. 2010년 화폐개혁 실패로 숙청된 박남기 전 노동당 부장과 작년 12월 처형된 장성택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김경희 역시 정치적으로 숙청당한 것 같다는 해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이 지배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백두혈통’인 김경희를 숙청한다는 건 북한 체제 특성상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북측이 애초 김경희의 모습을 TV 화면에서 지운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문제 전문가인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이사는 “장성택의 흔적으로 간주되는 화면은 모두 지우자는 차원”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이사: 김경희의 모습이 북한 매체에 자주 등장하게 되면 북한 주민들이 장성택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이것은 북한 지도부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겁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김경희가 매체에 보이는 걸 꺼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김경희가 다시 TV 화면에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측 매체가 김경희의 모습을 삭제했다가 다시 내보낸 게 맞다면, 이는 지도부 내부에서 큰 논란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합니다.

공식 절차를 밟아 삭제를 명령했을 텐데 이번에 그 결정을 번복했다면 그 과정에서 뭔가 논란이 있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런데 정치적 논란이나 갈등과는 무관하게 TV 화면에서 삭제하라고 명령한 당사자는 김경희 자신이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박사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김경희가 감정의 기복에 따라 화면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가 이를 번복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심사는 김경희의 재등장을 정치적 위상의 회복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답합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북측이 김경희의 모습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유지하는 측면은 있지만, 김경희는 현실권력에서는 이미 멀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해석했습니다.

남편인 장성택이 반당 반혁명 혐의로 처형된데다 자신은 알코올 중독과 당뇨, 우울증 등으로 와병 중이기 때문입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 9일 조선인민내무군 협주단 공연 관람을 마지막으로 공개석상에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