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틸러슨 ‘대화’ 발언, 코리아 패싱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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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 1일 북한과 '어느 시점이 되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한국을 배제한 미북 직접 협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주장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 한반도 통일의 가속화 등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국무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한국을 배제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은 아니라고 짐 월시(Jim Walsh)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안보연구프로그램 연구원이 2일 말했습니다.

월시 연구원 : 한국을 배제한다는 해석은 잘못된 해석입니다. 북한을 공격하거나 정권교체를 할 계획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일 이례적으로 기자설명회에 나서 이 같이 밝히고 미국은 38선 북쪽으로 군대를 보낼 구실을 찾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대북강경 어조와 대조를 이루는 발언입니다.

월시 연구원은 그러나 어떤 정권이든 각 부서마다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으며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외교수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고, 한국을 배제한 미·북 혹은 미·중 북핵 협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월시 연구원 : 미국과 한국이 면밀한 협의와 조정을 통해 함께 행동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미국이 동맹국을 저버리고 독자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을 몰락시킬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북한이 언젠가는 이해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안보를 보장 받는 미래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앞선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워싱턴의 정책연구소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모든 북한 문제에 대해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코리아 패싱’이라는 우려는 사실보다는 추측에 따른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문제에 있어 한국을 배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때론 모호하면서도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외교적 해결책을 추구하는 미국의 오랜 정책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할 의사 표현부터 임박한 대북 군사 공격 암시 발언까지 일련의 모순적인 말을 내놓았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틸러슨 장관의 ‘대화’ 발언이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정책의 커다란 변화는 아니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국방문제 선임분석관은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 있어 한국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북한 측에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북한 엘리트 계층에 김정은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를 알리는 등 ‘북한 내부의 정치적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