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환 “한국, 북 도발 막고 대화로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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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북이 9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남북 고위급회담 결과와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고유환 동국대 교수로부터 들어봤습니다.

노재완: 교수님, 안녕하세요?

고유환: 네, 안녕하세요.

노재완: 먼저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이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는데요. 어떻게 보셨는지 총평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유환: 3개항의 합의는 대체로 예상됐던 일입니다. 북한이 이미 신년사를 통해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남북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큰 마찰 없이 빠른 속도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노재완: 합의 사항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고유환: 군사당국회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북이 분야별 회담을 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2항에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갖자고 한 것은 남북 모두 지금의 한반도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고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현실적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노재완: 남북이 합의한 군사당국회담에서는 어떤 의제들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하시는지요?

고유환: 좁게 보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우발적인 충돌 방지라든지 상호 비방 중상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는 것 등을 논의할 것입니다. 그러나 넓게 보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의 근원이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로 발생했기 때문에 결국 그 문제도 다룰 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 자산 한반도 전개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재완: 남북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보면 한국 정부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빠졌는데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의에 응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유환: 지금 당장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하기엔 물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도적 문제를 이산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현안들과 연계하기 위해 합의하지 않은 것도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향후 분야별 회담을 할 때 인도적 문제와 금강산관광 재개문제를 연계해서 다루려고 할 것입니다.

노재완: 이번 회담의 경우 북핵 문제라는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진전을 거두지 못해 일정 부분 한계가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고유환: 북한은 핵 문제를 남북 문제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핵 미사일 개발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대한 억제적 차원에서 시작됐다는 논리를 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남북 회담에서도 핵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죠. 한국도 상호 관심사 부분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 문제 제기는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합의 도출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노재완: 한국 내 일각에서는 평창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북한이 올림픽 때까지 도발을 중단할 경우 북미 간 접촉이 자연스럽게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고유환: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온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하나의 출구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관계가 잘 되면 북미대화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북한은 서울을 거쳐 워싱턴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우선은 남북관계 복원에 주력하고 이를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재완: 문재인 대통령의 10일 신년 기자회견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유환: 문 대통령이 그동안 견지했던 사항들을 이번에 재확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겠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 방지, 그리고 당장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등 이런 원칙들은 그동안 계속 밝혀왔던 겁니다. 그리고 여건이 조성되면 남북 정상회담도 하겠다는 거고요.

노재완: 마지막으로 이번 남북회담이 향후 남북관계 복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유환: 일단 평창 올림픽 때까지는 잘 진행될 것 같습니다. 북한 역시 도발을 자제할 것 같고요. 다만 평창 올림픽 이후, 특히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될 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됩니다. 또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가운데 미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질적인 완성과 실전배치 등에서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도 향후 한반도 정세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대화가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고요.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재완: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고유환 동국대 교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