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남편 63년 기다린 미 미망인 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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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남편을 60년 넘게 기다려온 미국인 미망인을 돕기 위해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들이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지승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지난 2013년 겨울.

차가운 날씨 속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에서는 6.25 미군 참전용사 조셉 갠트의 유해가 운구됐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이를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90대 할머니는 그의 아내인 클라라 갠트씨 였습니다.

그녀는 지난 1950년 한국 전쟁에 참전한 남편을 63년간 기다렸지만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만나게 됐습니다. 갠트 할머니는 남편이 한국 전쟁에 참가하면서 “내게 무슨일이 생기면 재혼하라고 했지만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클라라 갠트: 한국전쟁에 나선 남편은 자기가 돌아오지 못하면 재혼하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었습니다.

올해 97살의 클라라 갠트씨. 이런 그녀가 고령에 따른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로스앤젤레스의 한인들이 한국전 참전용사, 갠트 일등 상사의 미망인을 돕자고 나섰습니다. 몇몇 단체들은 지난주 지원을 약속하고 주위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스캇 서 한인후원회장: 이 할머님이 식구가 없고, 자녀가 없습니다.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한국인의 사랑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갠트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남편의 유품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 생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원금은 그녀가 생을 편하게 마감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간병인을 구하는 데 사용될 예정입니다.

메어바 칸터 후원회장: 갠트 여사는 병원보다 남편의 유품이 있는 집에서 남편을 그리며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63년간의 기다림 끝에 받아 든 남편의 유품은 갠트 할머니의 집에 보관돼 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유품 옆에서 생을 마감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전쟁은 한민족에게는 동족 상잔의 참극이었지만, 태평양 건너 미국의 한 흑인 신혼 부부에게는 그들의 삶과 꿈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비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