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당창건 70돌 준비에 불만”

0:00 / 0:00

앵커: 북한이 올해 정치행사를 대규모로 진행하기 위해 벌써부터 행사 준비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에 궁핍한 주민들은 쓸데없는 정치행사만 벌인다고 불만을 터놓고 있다는 데요,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광복 70주년,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큰 규모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를 정주년으로 정하고 정치행사를 크게 하는 관례가 있지만, 올해는 특별히 집권 4년차를 맞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친정체제 구축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고, 주민들의 결속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김 제1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70돌과 당창건 70돌을 높은 정치적 열의와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중앙군사위원회에서는 311개의 공동구호를 발표하고 정치 분위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진행될 정치행사를 이미 조직별로 나눠 포치(하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국경지방을 통해 연락이 된 평양 소식통은 "올해 8월과 10월에 진행하게 될 정치행사 조직표가 이미 다 짜여 하달됐다"면서 "대집단체조 아리랑과 열병식, 평양시 10만 군중시위 등이 진행되게 된다"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평양시내 고급중학교에서는 아리랑 행사에 참가할 학급들이 선별되고, 평양시 대학생들은 군중시위와 횃불시위 등을 진행하게 된다고 그는 언급했습니다.

그는 "아리랑에 동원된 학급들은 2월부터 한 주일에 한 번 정도 모여 훈련을 진행하고, 날이 따뜻해지는 4월부터는 오전 오후반으로 나눠 본격적으로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다가 농촌지원이 끝나는 6월부터는 모든 중학교와 대학들이 수업을 완전히 떼고 정치행사에만 동원된다는 겁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도 "평양시 대학들은 이미 열병식에 참가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수업진도를 앞당기기 위해 하루에 5~6시간씩 수업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운 경제난을 겪는 와중에도 북한당국이 정치행사에만 몰두하자, 주민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평안북도 주민은 "지금 나라에 전기도 없어 캄캄한 암흑에서 사는데 아무런 이득도 없는 행사만 자꾸한다"고 사람들이 불평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아리랑 집단체조가 다시 진행된다는 소식에 그는 "누가 보러 오지도 않는데, 아리랑을 우리끼리만 한다"며 외국인을 끌기 위해 추진해온 아리랑이 인기가 없어졌음을 시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