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동당 간부, 명예당원들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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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양강도 당위원회가 '명예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명예당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이 ‘명예당원’ 제도를 실시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후계자 시절이었던 2011년 2월이었습니다. 퇴직한 노동당원들이 끼리끼리 모여 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후계자 김정은의 자질을 문제 삼았던 게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반 주민 당원들 가운데 60세 이상의 노동당원들을 ‘명예당원’으로 지정해 일체의 당생활에서 제외시키고 있어 사실상 당원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명예당원들은 국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강도 당위원회가 이런 ‘명예당원’들을 불러놓고 강연회를 가졌는데 한 출연자(강사)의 발언이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고 복수의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강연회에 출연한 혜산시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강영식은 “양심적인 명예당원들의 얼굴에 먹칠을 해가며 일부 비도덕적인 명예당원들은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남의 집에서 아이보개(베이비 시터)를 하고 경비원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6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6월 25일부터 시작되는 ‘반미투쟁월간’을 맞으며 혜산문화회관에서 명예당원회의가 있었다”며 “회의가 끝난 후 많은 ‘명예당원’들이 그 자리에 남아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는 북한에서 해마다 6.25 전쟁 개시일부터 7.27 정전 기념일까지 한달 동안 진행되는 ‘반미투쟁월간’을 맞으며 ‘명예당원’들이 노동당의 충실한 선전자, 선동자 역할을 하자는 녹음 강연이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녹음강연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강연이 끝난 후 대책문제와 관련해 출연한 혜산시당 선전선동부 연구실 담당 부부장이 몰상식하게 ‘명예당원’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6월 25일에 있었던 ‘명예당원’ 강연회 발언문제가 심상치 않게 번지고 있다”며 “명예당원 위원회 회원들이 도당책임비서를 만나 모욕적인 발언자의 처벌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전한 소식통은 “명예당원들이 오죽하면 돈을 받고 남의 집 아이보개를 하고 동네 경비를 서겠냐”며 “그들 중에는 과거 직위가 높았던 사람들도 많은데 기초적인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하는 일을 비도덕적인 행태라고 몰아붙이니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양강도 당위원회가 명예당원들에게 강연회 출연자의 발언 내용을 조사할 것이라고 약속을 했다”며 “하지만 조사가 필요 없는 사안인데 시간을 끄는 것은 명예당원들의 불만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