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창건 70돌 정치행사 부패로 얼룩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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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평양에서는 당창건 70주년 정치행사 준비가 막바지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행사당국이 돈을 받고 일부 사람들을 훈련에서 면제시켜주는 관행이 나타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과 마주한 국경지방으로 여행 나온 30대 북한 주부는 "지금 평양시민들이 당창건 70주년 횃불행진 훈련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면서 "하지만 돈을 내고 빠지는 사람들이 나타나 참가한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18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중앙과 시급 기관들은 훈련에 전혀 동원되지 않았고 여맹과 청년동맹만 동원됐다"며 "그마저도 돈 있는 사람들은 이리저리 빠지고 돈 없는 사람들만 모여 훈련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놓았습니다.

그는 "북한 돈 5천원을 내면 하루 훈련에 빠질 수 있다"며 "행사당국은 후방사업 명목으로 돈 있는 사람들을 면제시켜주어 없는 사람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평양시 사동구역 인근의 미림비행장에는 인민군 군인 수만 명이 모여 열병식 제식훈련을 하고 있고, 일반주민들은 김일성광장과 도로변에서 횃불행진 훈련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노동당 창건 70년 주년을 맞아 체제 안정을 과시하고,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 군인 3만 명을 동원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이 되어야 할 노동당원들이 빠지고 비당원들만 동원되는데 대해 불만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그는 "중앙과 시급 간부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횃불행진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그래서 주민들은 당원들을 가리켜 '지켜보는 당'이라고 부르고, 청년들을 가리켜 '불길 같은 청년동맹', 여맹원을 가리켜 '연기 같은 여맹'이라고 비아냥거리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이 불씨가 되면, 청년들은 불길이 되라"는 정치적 수사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가 노동당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당원들이 대거 빠진 데 대한 불평이 새어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정주부들을 행사에 동원시키자 30~50대의 주부들 속에서는 개별적인 간부들에 대한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또 다른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평양에서 함경북도 국경지방으로 나왔다는 40대 여성은 "헤대군인(제대군인을 뜻하는 북한 속어)출신이 중앙여맹위원장이 된 다음 여맹원들을 군대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가정주부들을 정치행사와 노력현장에 동원시켜 가정에서는 남편들과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