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북전단 향해 고사총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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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측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측 군대가 고사총을 발사했습니다. 이에 남측 군대도 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했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군대가 10일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향해 사상 처음으로 총격을 가했습니다.

남북이 10월말에서 11월초 사이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최근에 합의한 가운데 발생한 일이어서 당국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날 북측은 14.5㎜ 고사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풍선을 향해 “하늘로” 고사총을 쐈다는 점을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주목합니다. 고강도 도발은 자제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겁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 북한의 이번 대북전단에 대한 고사총 발사는 한국측에 당장 인명 손실은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향후 대북전단 살포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남한 사회 내부의 반대 여론을 확산하기 위한 제한된 무력도발의 성격이 강하다고 봅니다.

북측은 남북대화가 재개되려면 남측의 삐라 살포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강조했습니다. 또한 북측은 2012년 10월 서부전선사령부 ‘공개통고장’을 통해 ‘삐라 살포 지점’을 ‘도발 원점’이라고 규정하며 군사적 보복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최근들어 북측의 위협은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9월 13일 북측은 ‘남북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 남측의 삐라 살포가 개시되면 “도발 원점과 그 지원 및 지휘 세력을 즉시에 초토화해버리기로 결심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 남한 정부는 탈북자 단체들이 삐라 살포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행동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이날도 탈북 단체의 풍선 날리기를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북측으로 삐라를 날린 것으로 파악되는 탈북자 단체는 두 개입니다.

먼저, 오전 11시께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로동당 비서 4주기를 추모하는 내용 등을 담은 대북전단 20만장을 풍선에 담아 살포했습니다.

북측은 4년 전 10월 10일 사망한 황 전 비서가 “남한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고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고 주장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 등을 전단은 담고 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오늘 대북전단 보내는 기본 목적은 이런 거짓과 위선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고 우리 황장엽 선생님을 길이 추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어서 오후 1시50분께에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소재 야산에서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인 이민복 씨가 대북전단 132만장을 북쪽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북측 군대가 행동에 나선 것은 이로부터 2시간여 뒤입니다. 남측 합동참모본부는 “오후 3시55분께부터 북측 지역에서 발사한 10여발의 총성이 간헐적으로 청취됐다”고 밝혔습니다.

오후 4시50분께 남측 경기도 연천군 일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는 북측의 고사총탄 수발이 떨어져 있는 게 발견됩니다.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측이 쏜 탄환이 남측 민간인 거주 지역에 떨어진 것은 4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남측 군은 오후 5시30분부터 6차례 대북 경고방송을 한 뒤 5시40분께부터 인근 북한군 초소 일대에 12.7㎜ K-6 기관총 40여 발을 사격합니다. 대응 사격은 ‘적 도발 원점 미식별시 인근 지역의 적 초소로 사격한다는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사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10여분 뒤인 오후 5시50분께 북측으로부터 남측 초소로 개인화기 총탄이 날아온 것으로 관측됐으며, 이에 맞서 남측도 북측 초소 지역으로 소화기 9발을 다시 쐈다고 남측 합참은 밝혔습니다.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남북 초소간 총격이 오간 것은 지난 2010년 10월 강원도 화천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전 이후 처음입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상황으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없으며 전방 지역에 경계 및 감시 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군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