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측근 리수용 외무상 역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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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외무상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스위스 유학시절 후견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임명되면서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상은 부상에 비해 상징적인 직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리철이라는 가명으로 스위스 대사를 지낸 리수용 전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북한의 내각 외무상에 임명됐습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에서 그가 외무상으로 임명된 데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뜻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리수용은 지난해 말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의 측근으로 처형설이 나돌았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의 알렉산더 만수로프(Alexander Mansourov) 객원연구원(visiting scholar)은 김 제1위원장이 리수용의 국제감각과 풍부한 외교경험, 서방세계에 대한 지식 등을 높이 산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스위스 대사로 재직할 당시 리 외무상이 스위스에 유학한 김 제1위원장의 후견인으로, 또 김 씨 일가의 자금관리인으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만수로프 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피하고, 외국으로부터 대북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신임 리 외무상의 주요 임무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리수용이 북한 외무상을 맡으면서 외무성이 1994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국가들과의 관계정상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쳤던 당시의 활력을 다시 찾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도 김 제1위원장과 가까운 리 외무상이 박의춘 등 과거 10년 간 외무상에 비해 외교문제에 더 강력한 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외화에 목마른 북한이 공식적으로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그를 외무상에 임명했을 것이라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고스 국장 : 북한은 외화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지요. 북한 정권에 보다 합법적이고 공개적으로 경화를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면서 그늘에서 움직이던 리 외무상이 공개적인 직책을 맡아 앞으로 어느 나라를 방문해 누구를 만나느냐를 분석해 보면 그의 역할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다면 외무성이 대남부서를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고, 북한의 비자금이 유치됐을 것으로 알려진 유럽의 오스트리아 즉 오지리, 룩셈부르크, 스위스 등을 방문한다면 인맥을 이용한 외환관리자라는 방증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2000년 대 초반 영국의 북한주재 초대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는 간혹 부상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외무상이 있긴 했지만 자신이 평양에 근무할 때 외무성 부상은 즉각적인 결정권도 갖고 있는 등 상당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