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총 238개의 최신 북한 법령을 수록한 '2017년 북한법령집'을 발간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와 비교하면 약 40%가량의 법령이 개정됐다고 한국의 전문가는 분석합니다. 특히 시장화의 진전에 따라 지방 인민위원회의 법적 권한이 강화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박정원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를 만나 북한의 최신 법령을 살펴봤습니다.
목용재 :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정원 :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 지난 28일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최신 법령집을 공개했습니다. 먼저 북한에서 법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정원 : 한마디로 수령 사상과 당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법의 가장 큰 목표는 인권보장인데 북한의 법은 강압적입니다. 또한 인간개조라는 기능과 역할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자에게 법에 대해 물어보면 존재는 알지만 법에 대해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체제 반대에 대한 처벌과 질서유지, 통제에 중점을 둔 북한 법의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법은 북한 주민들의 권익보호를 실현하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 법이 강압적이고 인간 개조라는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예를 들자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박정원 : 북한 법은 진압적 기능, 조직 동원적 기능, 인간 개조의 기능 등 크게 세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인 지도체제를 수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령 중심의 북한 사회에 절대 충성을 강요하는 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법 정비라든가 체계가 김정일 시대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박정원 : 북한은 법령집을 2006년부터 발간했습니다. 김정은 들어서는 2012년에 다시 발간되고 2016년에 증보판이 발간됐습니다. 이 증보판 내용을 보면 법령 중에 40%정도가 일부 또는 많은 부분 수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의 법제 정비가 김정일 시대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정일 시대에 강조된 사회주의 법제라든가 사회주의 법치국가론을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시대 들어 40%가량의 법령이 재정비됐다고 하셨는데,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정비가 이뤄졌나요?
박정원 : 권력 승계를 이루면서 자신의 정치체제를 미화하는 법률을 새로 만든 것이 있고 대체적으로 경제 관련 법률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주목되는 부분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 인민위원회로 옮기고 지방 인민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한 내용입니다. 이런 법들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경제특구 외에 지방 중심의 경제개발을 위한 근거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개발구법을 보면 지방 차원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지방인민위원회의 역할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것은 북한의 시장화에 따른 영향으로 볼 수 있을까요?
박정원 : 경제관련법을 보면 김정은이 농업, 기업소, 공업부문에서 개선한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내용을 보면 (북한의 시장화가) 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외국인 투자보장과 관련한 법 같이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법이 어떤 게 있는지 소개부탁드리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정원 : 북한의 최근 법제 변화 중에서 경제관련법 특히 대외경제개방을 위한 법령의 정비가 눈에 띄었습니다. 상당히 복잡한 법령구조지만 크게 보면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제, 대외경제법제, 경제특구법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제특구법제는 외국인, 남한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법들은 큰 성과가 없습니다. 결국 북한이 대외개방, 외국인 투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소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체제 수호를 목적으로 (외국인을) 통제하고 간섭하려 하기 때문에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남북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 때문에 상황이 진전되지 않는 한계도 있습니다.
목용재 : 인권 유린 국가로 지탄받고 있는 북한에 인권과 관련한 법령이 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박정원 :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인권탄압국으로 지목되고 인권개선을 위한 권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우리식 사회 인권론'을 내세워 북한 특유의 인권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서방국가의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항변합니다. 헌법을 비롯해 법령에 인권보장 조항을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수준입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할때 장애인, 여성, 노동자, 아동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 때문인지 몰라도 북한은 별도의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우리가 이렇게 바뀌었다', '개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형식적인 면에서 법제적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인권보장에 대해서는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목용재 : 북한에만 있는 특이한 법이라든가, 일반국가에는 있는데 북한에는 없는 법이 있을까요?
박정원 : 북한 헌법 서문에 금수산태양궁전을 미화하는 내용이 명시됐습니다. 거기에 맞춰 금수산태양궁전법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대개 자본주의 국가들이 갖고 있는 기업 경영, 운영에 대한 기본법인 상법이 있는데 북한에는 이런 상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목용재 : 우주개발과 관련한 법령도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정원 : 미사일 실험, 북핵 개발과 관련된 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동안 미사일을 '우주 로켓'이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와 관련됐다고 평가합니다. 핵보유국을 헌법에 규정하면서 핵 개발에 대한 관련법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와 연관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목용재 :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