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정부군에 대한 서방 연합군의 군사 행동은 북한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리비아 사태를 지켜본 북한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더욱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탈북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연합군이 리비아 정부군에 대한 군사행동을 개시한 지난 19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와 주요 시설이 연합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습니다.
이어서 연합군의 두 번째 공습이 시작된 21일에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관저가 폭격 되고 지휘통제본부도 무력화된 가운데 현재 카다피 국가원수의 행방도 오리무중입니다. 미국도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행동에 동참했습니다.
이는 42년간 이어진 카다피의 독재정치에 항거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리비아에서 발생한 이후 리비아 정부군의 진압에 의한 민간인의 희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유엔과 국제사회가 민간인과 이들의 밀집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입니다.
리비아와 같은 정치체제를 갖추고 훗날 변화가 일어난다면 리비아와 비슷한 무장 항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북한. 때문에 최근 서방 국가들의 군사행동을 지켜본 북한 정권은 리비아 사태로부터 간접적인 메시지와 영향을 받으면서도 더욱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게 탈북자와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리비아 사태를 지켜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비아가 핵을 포기했기 때문에 서방 국가의 공격을 허용했다고 판단하고 핵을 포기하기보다 오히려 이의 개발을 더 고집할 수 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핵무기 보유의 타당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김정일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겐지 씨도 최근 한국 MBC 뉴스와 한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핵을 갖지 않으면 외국이 쳐들어온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후지모토 겐지:
"핵무기는 반대입니다" 했더니, 김정일 장군은 약간 언성을 높이며 "핵을 갖지 않으면 외국이 쳐들어온다"라고...
북한군 출신의 미국 내 탈북자도 리비아가 비록 핵을 포기한 이후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제재에서 벗어나 경제적 성과를 이뤘지만 결국은 미국도 카다피의 독재 정권을 지켜주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간부들에게 리비아 사태를 빗대어 핵무기 보유의 당위성을 더 강조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의 연구원으로 있는 북한대학원 대학교의 류길재 교수도 북한의 간부층과 군대와 경찰 등 보안 기관을 대상으로 핵무기 필요성에 대한 교육은 오래전부터 진행됐다며 북한이 리비아 사태를 교훈 삼아 핵무기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류길재 교수:
(리비아에 대한 서방 연합군의 군사개입은) 북한 정권에도 중요한 신호를 간접적으로나마 보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김정일 정권이 과거부터 핵무기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핵무기 개발과 증가를 위해 매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북자들과 전문가들은 중동의 국가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당장 북한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적지만 리비아 사태의 결과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또 전문가들은 훗날 북한 정권의 취약성이 드러나 시민 혁명이 발생하면 북한도 리비아처럼 이를 무력으로 진압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일부 군과 주민이 결합한 무장 항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반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에 따라 리비아의 사례처럼 유엔 결의는 물론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은 어려울 것이란 게 현재 리비아와 북한을 비교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지난 17일 리비아 정부군의 진압으로부터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유엔 결의 1973호를 채택했습니다. 특히 리비아에 대한 서방 연합군의 군사 행동은 실패한 국가의 '국민보호책임'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북한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