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치권 ‘주적’ 논란

0:00 / 0:00

앵커: 남한 정치권에서는 다시 '주적' 개념이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간 토론에서 북한을 '적'이라고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 해묵은 논쟁이 되살아난 겁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남한의 주적이냐?” 19일 밤 생중계된 한국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이에 문 후보는 “그런 규정은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즉답을 피한 겁니다.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이라고 나온다”며 “정부 공식 문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집니다.

하지만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를 풀어가야 할 입장이 되고,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며 “국방부가 할 일이 있고, 대통령이 할 일이 따로 있다"고 맞받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던 ‘주적’ 논쟁이 이번에도 되살아난 겁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가 20일 조간신문마다 실렸고, 이날 남측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에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는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우선 국방부는 국방백서를 인용하며 북한은 ‘주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답합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2016년 국방백서에 보면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다' 이렇게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외교부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조준혁 대변인은 “이미 국방부에서 답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백서에 나온 대로 이해해달라고 말합니다.

남북대화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업무 성격을 반영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북한은 적이자 동반자"라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당국자는 "대한민국 법체계도 북한을 적이자 동반자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무력 대립도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통일로 끌고 간다는 두 가지 시각을 다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헌법 66조를 보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북한을 적으로서 응징해야 하지만 통일된 한반도를 끌고 가야 할 의무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남측이 ‘주적’ 개념을 처음 사용한 건 김영삼 정부 때입니다. 1994년 3월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1995년 국방백서에서부터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겁니다.

이후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주적’ 개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2004년 국방백서는 ‘주적’이라는 표현을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대체합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저점으로 향하던 2010년 국방백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하기 시작해 지금껏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