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명박 회고록에 반발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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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한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책의 내용 중 북한과 관련한 부분이 공개됐는데요. 북측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재임 5년동안 남북 간에 이뤄진 물밑접촉 내용을 자세하게 공개했습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중국 지도자들을 통하는 등의 방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다섯 차례 이상 남측에 제안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측이 대규모 경제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남측을 거칠게 비난하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를 일으켰던 북측이 정상회담을 먼저 요구하고 그 대가로 뒷돈도 원했던 셈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같은 내용이 회고록 형식으로 공개됨에 따라 북측은 상당히 자극받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측은 회고록의 내용을 반박하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충격파를 줄 수 있는 남북접촉 사례를 공개하는 방식 등을 동원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여파는 박근혜 정부의 남북대화 추진 노력에도 미칠 수 있다고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런 비밀접촉 내용이 공개됨으로써 향후 북한의 대남일꾼이 남한과의 비밀접촉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 박근혜 정부가 북한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 남북한 간의 비밀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측 정부 당국자들은 전직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언급을 회피했습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북측의 김기남 로동당 비서가 청와대를 예방했을 때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북측은 이명박 정부 임기 5년 동안 다섯 차례 이상 남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했습니다.

북측은 정상회담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9년 11월 7일 개성에서 열린 실무접촉입니다. 당시 북측은 옥수수 10만t과 쌀 40만t, 비료 30만t, 아스팔트 건설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를 희망했다고 회고록은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상회담 추진 원칙으로 “대가와 조건없이 만나 핵 문제를 포함해 모든 사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견지한 바 있습니다.

회고록은 다음달 2일 정식 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