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주재 북 공민 추모행사에 전원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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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공민들이 중국 내 북한 공관들에서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행사에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전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조성된 공포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지난 17일 중국 내 북한공관들에서 치러진 김정일위원장 2주기 추모행사에 중국주재 북한 무역일꾼들과 유학생, 식당종업원을 비롯한 파견 근로자들이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단둥의 한 북한유학생은 17일 단둥 영사부에 마련된 추모행사장에 다녀왔다면서 “장성택부장의 처형에 따른 공포 분위기 때문인지 모든 북한공민이 추모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작년의 경우, 환자나 업무로 인해 먼 외지로 출장 중인 사람은 사전허가를 받고 불가피하게 추모행사에 불참했으나 올해는 장성택 처형에 따른 공포 분위기 때문인지 추모행사에 빠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주민들은 2~3개월에 한 번씩 북한공관에서 출국비자를 다시 받게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중국 내 북한공관들은 북한공민들의 명단은 물론 거주지역까지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추모행사장 방명록에 이름석자가 없을 경우 행사불참자를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다는 얘깁니다.

17일 추모행사장에 다녀왔다는 조선족 무역상 이모 씨는 “추모행사에 중국주재 북한 공민들 모두가 참석하는 것을 보고 북한의 선거에서 100% 투표와 100% 찬성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선전을 떠올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추모행사장을 찾은 북한주민들은 이를 취재하기 위해 북한공관 앞에 모인 남한과 일본 등 외신기자들의 취재열기에 매우 당혹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모행사에 참석했던 앞서의 북한 유학생은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한국과 일본 등의 언론사 기자들이 잔뜩 몰려있었고 영사부 직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마이크를 들이대며 말을 시키는 통에 정말 혼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남조선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에 얼굴이나 목소리가 나가게 되면 신변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는데도 이같은 사정을 남조선 기자들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북한식당들은 작년 김정일위원장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영업을 중단했고 평소 가장 분주한 단둥해관도 이 날은 차량과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