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그기 몰고 탈북 노금석 대위와 블레인 하든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의 저자 블레이든 하든 씨(왼쪽)와 책 주인공 노금석 씨.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의 저자 블레이든 하든 씨(왼쪽)와 책 주인공 노금석 씨. (RFA PHOTO/ 정아름)

0:00 / 0:00

MC: '14호 수용소 탈출'의 저자 전 미국 워싱턴 포스트 신문기자 블레인 하든 씨가 차기작으로 6·25전쟁 직후 구소련제 미그 15전투기를 몰고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노금석 공군 대위의 탈출기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the Great Leader and the Pilot)'를 펴냈습니다. 책 출간을 계기로 'RFA'가 저자 블레인 하든 씨와 책의 주인공 노금석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정아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블레인 하든씨, 김일성 주석과 20살을 갓 넘긴 노씨의 만남을 통해, 김씨 일가 독재의 모순을 집중 분석하려 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블레인 하든: 노금석 씨가 제가 쓴 탈북자 신동혁의 책을 읽고 연락이 왔어요. 저에게 북한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냐고 물었죠. (웃음)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북한 체제의 뿌리를 알 수 있게 하는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하는 노금석 씨의 이야기에는 당시 소련과 북한, 전쟁, 그리고 공산주의의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었죠. 이 후 저는 1년 넘게 그와 일주일에 2-3번 대화를 하며, 그가 북한을 나온 동기와 나오는 극적인 과정 등을 담게 됐습니다. 21살에 장교로 임관해 북한의 엘리트로서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노 대위가 위험을 무릅쓰고 휴전선을 넘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실제로 현실로 만든 것은 북한 체제의 모순을 더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기자: 탈북자 신동혁 씨의 증언을 토대로 한 ‘14호 수용소 탈출’을 쓰셨고, 노금석 씨와 함께 두 번째 책을 펴내셨는데요.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블레인 하든: 신동혁 씨와의 대화는 어린 시절 수용소라는 트라우마 (정신적 고통) 를 겪은 탈북자의 스토리를 담는 다는 점에서 극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의 상처, 심리적인 고통 등을 다 껴안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노금석 씨는 조금 다르죠. 북한에서 가정 배경도 그리 나쁘지 않은 데다가, 고등 교육도 받았죠. 그 가운데서도 자신의 이성으로 북한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치밀한 계획을 통해 북한을 나온 사람입니다. 북한을 그냥 탈출하기는 더 힘이 드니, 전투기 조종사가 돼 북한을 나와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죠.

기자: 노금석 씨, 블레인 하든 씨께서 방금 설명해 주신 탈북 결심의 배경과 이면을 조금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노금석: 60여년 전 저는 이미 김일성 주석이 이끄는 북한 독재 체제와 공산주의의 비극을 미리 엿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미그기를 타고 북한을 나오는 순간 성공적으로 북한에서 살아남아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20%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80%는 제가 미그기를 타고 죽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그 작은 가능성에 모험을 걸고 자유를 향해 날고 싶었습니다.

기자: 당시 두 차례 김일성을 직접 보신 순간을 설명해 주시죠. 당시 이미 북한을 탈출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결심을 한 뒤 김일성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노금석: 네, 제가 북한에서 두 번 봤어요. 처음은 48년도에 흥남 공장에 와서 연설할 때 본 것이고요, 두 번째는 1951년에 제가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나서 의주 공항에서 봤습니다. 사실 처음, 1948년에 연설하는 것을 봤을 땐 아주 좋은 연설가라고 생각 했어요. 하지만 전 이미 연설 내용의 거짓을 알고 있었고 북한을 탈출 해야겠다는 마음이 선 상태였죠. 하지만 김일성 한 명에 대한 증오보다는, 북한 체제와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회의와 반감이 컸습니다. 동시에, 김일성을 누가 타파할 수 있으면 타파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기자: 노금석 씨는 엘리트 출신으로 목숨을 걸고 북한을 나오셨고, 결국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1호가 되신 건데요. 현재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는 분들에게 말씀하시고 싶은 바가 있을까요?

노금석: 북한에서 도망 나와 여기서 사는 것에 만족합니다. 주의해서 국경을 넘고 나오면 남한이건 미국 이건 노력하고 배우고 하면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잘 살 수 있습니다. 그곳 (북한) 에서 듣는, 외국에 대한 거짓말들을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이 나쁘다니, 남한이 북한보다 못 산다는 등의 거짓말을 죽을 때까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기자: 노금석 씨는 성공적으로 미국 생활을 하신지 이미 60년이 지났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에서 나온 후 명예로운 대접을 받고 비교적 쉽게 정착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의 생활이 어떠셨습니까? 탈북자들에게 정착과 미국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노금석: 저도 미국에 와서 부단한 노력을 했습니다. 북한에서 군대에서만 있다가 와서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끝까지 제대로 받은 상태가 아니었죠. 델라웨어 대학에 들어가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기계공학을 전공 했고요. 처음엔 학교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학교에선 제가) 낙제해서 떨어질 꺼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열심히 해서 졸업하고, 결국 졸업 후 듀퐁 (미국의 유명 화학 회사) 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탈북 하면, 공산주의 북한에서 영어건 중국어건 전혀 배운 것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기자: 결국, 미국이 기회의 땅이 되었군요. 흔히들 말하는 인종 차별은 겪지 않았습니까?

노금석: 기회의 땅이죠. 미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보다 훨씬 잘 살수 있죠. (차별)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졸업장도 당당히 땄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시작한 것이니까요.

기자: 브레인 하든 씨, 60년 전 전쟁 당시의 북한 상황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변화가 있을 만도 한 시간이죠. 이번에 출간한 책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신 바가 무엇입니까?

블레인 하든: 노금석 씨가 그리는 북한은 60년 대의 북한 만이 아닙니다. 김일성 주석의 북한은 아직도 그 손자에 의해 변화 없이 그 모순된 체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은 아마 이런 의미에서 세상에서 가장 변화가 없는 국가 중에 하나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시 김일성 주석이 공산독재 ㅊ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면 현재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외부사람들은 당시의 북한과 현재의 북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데, 분리돼 생각될 수가 없는 것이죠.

이상, 미그-15 (MiG-15)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노금석 대위 탈출기 '위대한 수령과 조종사’의 출간 계기로, 저자 블레이든 하든 씨와 주인공인 전 북한 공군 대위 노금석 씨와의 인터뷰를 전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