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파나마 정부가 지난해 불법 무기류를 화물칸에 몰래 숨겨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억류됐던 북한 화물선 청천강호에 실려있던 '미그-21'전투기의 판매를 추진중입니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파나마 정부가 지난해 불법 무기 밀매 혐의로 억류했던 북한 화물 운반선 청천강호에 실려있던 ‘미그-21’ 전투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스페인어, 즉 에스빠냐어 일간지 ‘엘 누에보 헤랄드’에 따르면 파나마 정부는 지난 해 하반기부터 ‘미그-21’ 전투기 판매를 추진해왔습니다.
올 초 퇴임하기 전까지 파나마 정부에서 청천강호 사건을 지휘했던 페르난도 파브레가 전 외무부장관은 이 신문에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와 인도 정부가 관심을 보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청천강호의 화물칸에서 발견될 당시 연료가 채워져 있는 등 당장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상태가 좋아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겁니다.
파브레가 전 장관은 영화 제작사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속편 제작이 추진중인 미국 할리우드 영화 ‘탑건’ 촬영에 ‘미그-21’ 전투기가 최적이라고 언급해 ‘탑건2’ 제작사가 협의 대상중 하나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1986년 당시 영화 제작진은 미소 전투기 간 공중전 장면에서 소련 전투기를 구할 수 없어 구형 미국 전투기(F-5)를 가상의 ‘미그28’ 전투기로 설정해야 했습니다.
영화 탑건 전투장면 (음향)
파브레가 전 장관은 ‘미그-21’ 판매 추진이 청천강호 사건 처리와 관련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천강호가 정박해 있던 부두의 하루 정박료만 1천100 달러에 이르는 등 사건 처리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겁니다.
그는 불법 무기류와 함께 압수한 설탕 1만 톤도 역시 처분해 비용 충당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파나마 외교부는 ‘엘 누에보 헤랄드’에 현재 상급 법원의 판결이 진행중이어서 ‘미그-21’ 판매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습니다.
앞서 청천강호는 지난 해 7월 전투기 등을 배에 몰래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다 선원 35명과 함께 억류됐습니다.
쿠바 매체 (녹취): 파나마 정부가 북한 선적 화물선 청천강호의 억류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배에는 설탕과 함께 240톤 가량의 무기류가 실려 있었습니다.
이후 선원 32명이 지난 2월 69만 달러의 벌금을 내고 풀려났고 불법 무기밀매 혐의로 기소됐던 선장 등 3명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지난 7월 파나마를 떠났습니다.
1심 재판에서 이들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던 파나마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현재 상급법원에 항소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