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최고 대표단 방한에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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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남비난 공세를 퍼붓던 북한이 갑자기 최고 실세 3명을 한국에 파견하는 행보를 보인데 대해 북한 내부주민들은 당혹감을 보이는 한편, 대북지원의 기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뒤, 북한 내부에서는 당혹감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한 간부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간부들도 갑작스레 이뤄진 최고위급 대표단 파견에 어리둥절해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이 최고 대표단을 한국에 파견하기 하루 전까지 만해도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싸잡아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10월 3일자 북한 텔레비전 녹취: 박근혜는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날아난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소식통은 "지금은 남조선 비난이 일체 사라지고, 아세아경기대회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체육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간부들은 핵심간부 3명의 방문에 은근히 관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의 한국 방문에 대해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현재 내부의 경제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공장 기업소에서 실시되고 있는 자율경제 개혁조치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며칠 전에 평양시 전력공급이 중단되자, 김정은 명의로 '최고사령관 명령 002호'가 발령되고, 전력공급에 힘을 쏟고 있지만, 해결될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전력부족 사태는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 같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원자재 미공급으로 국영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되고 장마당을 중심으로 화폐가 도는 등 국가가 경제 통제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은 웬만한 간부들 속에서 비밀이 아니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며칠 전 연락이 된 평양시 한 주민도 "극심한 가물(가뭄)로 인해 곡창 지대의 벼들이 쭉정이가 많다"면서 "가을철인데도 현재 장마당에서 쌀 kg 당 6,500원 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핵심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시에 대한 배급도 수입산 통강냉이를 나눠주는 상황에서 당장 내년도 평양 시민에게 공급할 식량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입니다.

때문에 북한당국이 이산가족상봉 재개 등 남북관계 개선을 대가로 폭넓은 대북지원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최고위급을 성급히 파견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간부들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상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남측을 향해 남북 대화 재개를 제안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