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미국-북한 대화 창구' 관심

북한의 핵실험으로 촉발된 미국과 북한 간 긴장 관계가 계속되는 가운데, 몽골이 미국과 북한 간 새로운 대화 창구가 될지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박재경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군사대표단이 지난 21일 몽골에 도착해 루브산반단 볼드 몽골 국방장관, S. 바아산쿠우 국방차관, 그리고 몽골-북한 친선의원연맹 회장인 곰보자브 잔단샤탈 의원 등을 만났다고, 몽골 언론이 24일 보도했습니다.

박재경 부부장은 북한의 1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인방' 중의 하나로 알려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0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1874호를 규탄하는 대규모 군중대회에서 북한 인민군이 안보리 제재를 선전 포고로 간주하고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 인물입니다.

박재경 부부장은 자신을 초청한 볼드 국방장관과 차바아산쿠우 국방차관을 각각 만나 몽골과 북한 간 국방 분야의 협력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특히 운동, 예술, 경제, 무역 등의 분야에서 국방 협력을 증진해나가는 데 합의했다고 몽골 언론은 전했습니다.

북한 군사대표단의 이번 몽골 방문은 수흐바타르 바트볼드 몽골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고 몽골로 돌아간 지 2주도 채 안된 시점에서 이루어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바트볼드 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의 강연회에 참석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한 회담에서 클린턴 장관이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긴장 상태와 관련해, 몽골의 "적극적인 지지와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박 부부장과 바트볼드 장관의 미국 방문에 동행했던 잔단샤탈 의원과 면담입니다. 몽골 언론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박 부부장과 잔단샤탈 의원이 양국 관계와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전했습니다.

하지만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잔단샤탈 의원이 북한 군부의 유력한 고위 인사인 박 부부장에게 최근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창구 역할을 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몽골 전문가인 스티븐 뇌퍼 박사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몽골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중립자의 역할을 하려 한다면서, 특히 지난 18일 취임한 엘벡도르지 차히야 몽골 대통령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학한 인사로 미국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역할에 무게를 두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티븐 뇌퍼: (I think the situation is one where Mongolia can positively facilitate dialogue even with North Korea...) 지금이야말로 몽골이 미국과 북한으로 하여금 긍정적으로 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시점입니다. 미국과 남한은 앞으로 몽골이 북한과 관련해 ‘조용한’ 외교를 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들 수호를 위한 재단’의 클로디아 로제트 씨는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몽골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인접한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간 대화의 연결 고리로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몽골이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몽골 정부가 쌓은 북한 내 두터운 인적 자원 (네트워크)을 활용해, 북한 정권 내에 북한 체제에 불만을 품은 잠재 세력이 존재하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일이라고, 로제트 씨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