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첩사건’ 후 중국 핸드폰 감청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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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두 명의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으로 체포했다고 공개한 후 보위부가 도감청 설비를 들여다 통화내용을 도청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북한 무역업자들이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보위부가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 등 두 명의 한국인 선교사를 국가정보원이 파견한 간첩이라고 주장한 후 내부적으로 '반간첩 소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맞닿은 중국 변강도시의 대북 무역업자 송 씨는 "북한 대방과 며칠 전 잠깐 통화 한 적 있는데, 저쪽(북한)에서 중국과 통하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기 때문에 오래 통화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 얼른 끊어버렸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해마다 3월 중순이 되면 새해 무역와크(무역허가권)가 내려와 중국 대방들과 거래를 활발하게 벌이던 북한 대방들도 난데없이 불어 닥친 '간첩소동'에 잔뜩 움츠린 상태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잡힌 간첩이라는 한국 사람들이 국경에서 손전화로 통화한 내용을 보위부가 도청했다는 소문이 돌자, 북한 대방들도 민감한 정치관련 대화는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어렵게 연락이 닿은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도 "보위부에서 '중국 손전화기를 절대로 쓰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불법 전화기 사용자들은 '이미 교양단계가 지난 자'들로 엄벌에 처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위부에서는 체포된 간첩들이 신의주시와 용천군 일대에서 내부와 통화했다는 자백을 했다"면서 "외부와 내통하는 자들을 즉시 신고하라고 내부 감시체계를 발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경주민들은 최근 최고수뇌부와 관련된 간첩소동을 벌이는 보위부에 대해 강한 의문과 불신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과거에는 간첩들이 내부 군사기밀을 알아낸다고 소문을 퍼뜨렸는데, 지금은 툭하면 최고 존엄을 해친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오히려 김정은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반응했습니다.

과거 김정일, 김정은을 해친다고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던 보위부가 '동까모 사건'이나 김 씨 일가의 생명을 노린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소식통은 주장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재입북한 탈북자들을 내세워 반미와 대남 적개심을 촉구했지만, 최근에는 한국 국적의 기독교 선교사들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강도 지방에서 국경지방에 왔다는 또 다른 주민은 "내륙지방은 며칠씩 정전되어 텔레비전을 보지도 못한다"면서 "사람들은 간첩 얘기는 자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고 있다"고 일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