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베를린 구상 추진 험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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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대화 동력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데다 북 핵 문제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입장 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신 한반도 평화구상’을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도발 수위를 높이며 한국 정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 핵 문제와 남북관계는 별개라며 미국과 핵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북 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전면 배치되는 겁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민화협은 지난 달 24일 발표한 공개 질문장에서 남북 대화에서의 북 핵 문제 배제, 제재와 대화 병행 입장 철회 등을 담은 9개항의 선행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문턱에 올라선 북한이 한미가 요구하는 비핵화 대화에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과거와 같은 국제사회의 대응방식으로는 핵-미사일과 관련한 북한의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2일 현재까지도 베를린 구상에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제안에 대해서는 북한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의 경우 정치외교군사적인 협상은 북 핵을 빌미로 미국과 하고 남북관계에서는 실리를 추구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선별적으로 응할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군사분계선에서의 상호 비방과 적대행위 중단의 경우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므로 호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ICBM발사 이후 조성된 ‘한미일 대 중러’ 간 대립 구도도 한국 정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정상회담 이후 3개월 가까운 대북 공조 ‘밀월기’를 끝낸 미중이 향후 ‘최대 압박’의 수위를 놓고 본격적인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 중국은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변화'라는 것은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 체제가 약화되는 것으로, '투 코리아'가 '원 코리아'가 되는 정세 변화를 중국은 원치 않는 만큼 '현상 유지' 정책으로 갈 것입니다. 향후 중국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고수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미-중간 힘겨루기 속에 북한의 도발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북 핵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북 압박 주문에 대해 미북 갈등이 핵심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일축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은 쌍궤병행(비핵화 절차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했고 최근엔 러시아까지 동조하고 나섰습니다.

결국 러시아의 반대로 지난 주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규탄성명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이 같은 신냉전 구도가 강화될수록 북 핵 해법과 관련해 ‘한국 주도권’을 강조해온 문재인 정부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입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온도차도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미 양국은 지난 달 정상회담을 통해 큰 틀에서의 북 핵 해법에 대해서는 공감했지만 구체적인 대화 재개 조건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핵 동결 입구론’과 ‘핵 폐기 출구론’을 제시한 문재인 정부의 구상에 비해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와 압박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ICBM발사 이후 미국 주도의 고강도 제재-압박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는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시기상조’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장으로 전략적으로 견인하는 한편, 창의적인 북 핵 해법을 마련해 관련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