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철수는 외교적 무능 보여줘”

0:00 / 0:00

앵커: 북한의 모란봉악단이 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 공연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했습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외교적 관례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모란봉악단의 12일 중국 베이징 공연이 개막 3시간을 앞두고 돌연 취소되자 그 원인을 놓고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중국 측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필두로 다양한 설(說)들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이들 중 공식 확인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연 취소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일치합니다. 북한의 외교적 “몰이해”와 “무능”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겁니다.

북한 유일지도체제 특성상 모란봉 악단의 중국 방문은 김정은 제1비서의 승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공연 취소로 인해 “북한 체제가 다시 한 번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4일 평가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은 집권 4년이 되도록 정상회담 한 번 개최하지 못하는 외교적 무능을 보였고, 이번 모란봉 악단 철수는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인식에 대한 그의 몰이해와 외교적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정 실장은 “현재 개선되고 있는 북중관계에 이번 일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행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불신이 더욱 심화될 것은 분명하다”면서 “김정은의 중국 방문 계획에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모란봉 악단은 12일부터 3일간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돌연 공연을 취소했고 악단 일행은 모두 귀국했습니다.

그 원인과 관련해 남한의 신문과 방송은 김정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에 이어 중국 측이 공연 관람 예정 인사의 급(級)을 낮추자 북측이 공연단을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베이징 외교가의 추정을 전했습니다.

김정은은 지난 10일 모란봉악단이 베이징에 도착하던 날 “우리는 수소탄의 폭음을 울릴 수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도 중국 측 언론들은 “모란봉악단 단원 중 2명이 망명을 시도하다가 적발된 것 같다”거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장면 등 공연 내용에 중국 당국이 제동을 건 것 같다”는 등의 추정을 보도됐습니다.

한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실장은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김정일 사망 4주기를 5일 앞두고 12일 전국에 애도기간을 선포하면서 노래와 춤을 금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모란봉 악단이 갑자기 베이징에서 철수하게 됐고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중국 측에 사과했으며, 공연 조직자인 최휘 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김정일 애도기간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책임을 지게 될 것 같다고 한다”고 정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원인과 관련해 "공작(업무) 측면에서 서로 간의 소통 연결에 원인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소통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4일 기자회견에서 "신화통신이 이미 관련 문제에 대해 보도했다"며 "추가로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훙 대변인은 "중국은 북한과의 문화교류를 중시한다”면서 “중국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문화교류를 포함해 각 영역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가겠다"는 신화통신 발표 내용을 재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