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대통령과 이름 같은 북 주민 자발적 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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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남한의 전직 대통령 이름과 같은 "명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주민들이 최근 줄줄이 개명신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주민들이 역대 최고 통치자의 이름인 ‘일성’ ‘정일’ ‘정은’과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김씨 일가의 이름뿐 아니라 김정은 제1비서의 부인인 이설주와 같은 이름도 북한주민들은 사용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당국이 강요한 것이 아닌데도 남한의 전직 대통령 이명박과 같은 이름을 가진 북한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평양 주민소식통은 “지금까지 ‘명박’이라는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겠다고 개명신청을 한 사람이 전국적으로 20여 명에 달한다는 얘길 들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강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한번 등록된 이름을 바꾼다는 게 보통 시끄러운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명박’이라는 이름을 개명하겠다고 신청한 사람들은 제까닥(즉시) 처리를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에서 강제하지도 않은 개명신청을 하는 이유는 남한의 체제를 싫어하고 남한과 전혀 관계없다는 사상성과 충성심을 보여주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소식통은 짐작했습니다.

재임 시절 북에 대해 강경정책으로 일관했던 남한 대통령과 같은 이름이 싫어 다른 이름으로 바꾸겠다는 주민들에 대해 북한당국도 당에 대한 충성심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은 “’명박’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주변 사람들이 괜히 ‘반동’이라고 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예 이름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남한의 현직 대통령 이름인 ‘근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텐데 아직은 이들이 개명신청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주민들의 자발적인 개명실태에 대해 탈북자 출신 이모 씨는 “북한에서 지도자와 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게 되면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누군가 뒤에서 충동질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