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12일 결국 3차 핵실험을 단행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과 제재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우방인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과 관련해 중국의 향후 조치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중국이 대북 제재엔 동참하겠지만 결국 이번에도 한반도 안정과 북한 체제의 불안 때문에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변창섭 기자가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질문: 북한이 결국은 혈맹인 중국은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을 단행했는데요.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없습니다. 북한측이 핵실험을 한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고 외교적인 정치적인 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것은 이번에 북한은 1, 2차 핵실험처럼 플라토늄을 썼느냐 아니면 농축 우라늄을 썼느냐의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국제적인 영향이 아주 다를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러니까 북한의 핵실험이 플루토늄이 아닌 농축우라늄에 근거한 핵실험의 경우 국제사회의 반응이 더욱 격렬할 것이라는 뜻인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썼을 경우 국제사회는 더 큰 위협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우라늄 핵실험 때문에 더 강력한 압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질문: 북한이 1, 2차 핵실험 때는 플루토늄에 기반한 핵실험을 했는데요.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북한의 농축 우라늄 핵실험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왜 그럴까요?
란코프: 문제는 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과 달리 통제하기가 어려운 기술입니다. 우라늄 생산은 사실상 국제적으로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통제할 수 없는 어려움 때문에 핵확산 우려가 더 크다는 말씀이네요?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질문: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핵실험을 단행했다면 과연 이런 핵실험으로 미국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측은 한편으로 핵실험을 함으로써 자신의 군사력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실험 개발은 외교적인 목적도 있습니다. 북한의 희망은 미국과의 타협입니다. 그 타협의 내용은 미국측이 북한에 지원을 제공할 경우 그 조건하에 북한이 핵실험을 더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장거리 로켓까지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이 노리는 것은 예전처럼 핵무기를 통해 외국에서 조건 없는 지원을 획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사실 미국은 먼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오히려 핵실험 이후에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지원을 끌어내겠다는 것인데요. 서로 목적이 상충된다고 볼 수 있죠?
란코프: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핵포기는 절대 조건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까 미국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보니까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북한의 희망은 핵을 더 개발하지 않는 조건 아래 미국에게서 식량지원을 비롯한 여러가지 지원을 얻는 것입니다.
변: 문제는 북한의 그런 속셈을 미국이 과연 받아줄 수 있겠느냐 아니겠습니까?
란코프: 현 단계에서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까 장기적으론 미국은 이와 같은 북한의 요구,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당장은 미국의 대북제제, 대북 압력을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말하면 미국 입장에서 이와 같은 타협 외에 대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 이번에 중국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앞서 핵실험 저지를 위한 굉장한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불러서 핵실험 하지 말라고 했고, 또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군부까지 나서 핵실험을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종전과 확연히 달라질지도 궁금합니다.
란코프: 물론 알 수 없습니다. 중국 입장에선 옛날처럼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바꾸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중국이 실제 이러한 방법을 취할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제3차 핵실험은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대북지원의 감소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니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핵개발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국내 안전과 한반도의 분단 유지를 중요한 전략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북한에 압력을 가할 경우 대북지원의 규모를 줄일 수는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를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변: 유엔안보리가 앞으로 더 추가제재를 하고 이에 중국도 동참할 것 같은데요. 만일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원유 공급이나 곡물 공급을 중단할 경우 북한이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실제로 중국이 기름과 같은 지원을 중단한다면 북한에서 심한 경제위기나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니 중국은 이렇게 극한 조치를 취할 것 같지 않습니다. 북한은 북한의 핵실험, 핵개발을 원하진 않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며 북한의 국내안전유지, 바꾸어 말하면 북한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은 보다 더 위험한, 덜 바람직한 시나리오입니다.
변: 문제는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한은 결국 살아남고 언젠가는 또 다시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악순환을 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데요. 무엇일까요?
란코프: 현재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북한과의 회담이란 말 자체를 꺼내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말하면 대안이 없습니다. 제재와 같은 강경정치노선은 성과를 이뤄내지 못합니다.
변: 그러니까 대화와 타협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물론 지금 미국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대화와 타협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금 북한이 희망하는 타협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더 많은 핵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북한은 그런 약속을 통해 미국에게서 더 많은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미국이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별 효과가 없는 제재를 한다면 북한은 더 위험한 핵개발을 확실히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변: 북한 핵 문제는 벌써 20년째 계속되면서 뭔가 풀릴 듯 하다간 깨지고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단기적, 중기적으로 말하면 북한과 협상을 벌여 타협을 이뤄야 합니다. 타협의 내용은 북한이 핵개발을 하지도 않고 로켓 발사를 하지 않으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북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바로 북한의 민주화 입니다. 북한의 민주화가 언제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내년에 올 수도 있고 앞으로 15년 20년 동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변: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국민대 란코프 박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