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글레이저 “미, 대북압력 미흡 시 중국 기관·기업 제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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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중국의 대북 압력이 종전에 비해 거세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일단 선제공격은 뒤로 미루고 우선은 중국을 통한 문제 해결에 치중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중국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고문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인터뷰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최근 미중 정상회담 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들어 정말 북한의 핵도발, 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종전과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글레이저: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북한 문제의 시급성에 관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해결을 대외 우선과제로 설정했고, 북한문제 해결을 미중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연 중국이 과거 하지 못했던 대북 압력을 취할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입니다.

기자: 북한은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맞이한 4월15일 예상과 달리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북한의 핵실험 자제가 중국의 압력 때문이었을까요?

글레이저: 미중 정상회담 뒤 불과 열흘 사이 중국의 대북 태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곤 보지 않습니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오랜 기간을 두고 벌어지는 과정입니다. 이를테면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온전히 실천할 수 있을지, 또한 북한이 중국의 은행과 금융기관 등을 통해 하고 있는 국제 금융서비스망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게 하루 아침에 해결될 것으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이 과거보다 북한에 대한 압력을 더 가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4월15일 핵실험 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중국이 취한 그 어떤 대북행동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곤 보지 않습니다.

기자: 사실 중국이 미국과 협조한다 해도 북한에 원유공급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압력을 취하긴 어렵다고 봐야죠?

글레이저: 지금까지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취급해왔고, 따라서 북한에 불안정을 조성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대북 압력을 가해왔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건 바로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셈법(calculus)을 바꾸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즉 중국에 대해 북한의 안정에 앞서 비핵화부터 하라고 압박하는 것이죠. 전임 오바마 행정부도 중국에 이런 식의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중국 관리들도 말로는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중국정부는 정책 차원에서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제거를 목표로 제시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 견해론 중국이 필요 이상의 대북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보는 데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중국은 북한의 경제개혁을 권장하길 바라고 있고, 유엔의 대북제재 목록 안에 북한과의 무역 혹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대북교역 차원에서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한 석탄수입을 중단한 일이 중요한 건 그래서입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석탄에 국한된 것입니다.

기자: 혹시 중국이 대북 석탄수입 중단 조치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위협해온 미국의 경제압력을 의식한 조치는 아닐까요?

글레이저: 그렇다곤 보지 않습니다. 중국이 정작 두려워하는 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관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만큼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취할 수 있을까요?

글레이저: 그럴 것으로 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정 기간은 중국 금융기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자제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그래도 대북 압력을 가중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중국이 원하는 바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선 중국이 대북 문제와 관련 주도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걸 지켜본 뒤 그게 충분한 대북압력이 아니면 가용한 자원 즉 세컨더리 보이콧을 취하겠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취하면 미중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가능성 때문에 미국의 손발이 묶여선 안 된다고 봅니다. 중국이 북한의 행동변화를 위해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미국은 더 많은 압력을 취할 수 있도록 중국의 금융, 무역기관들 특히 단둥을 포함한 동북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국 업체들에 제재를 포함, 모든 가용한 제재 도구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런 중국 업체들은 유엔제재를 어기면서 북한이 사업활동을 할 수도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 그런 활동의 대부분은 불법적인 것입니다.

기자: 중국과 북한 관계는 한 때 입술과 이, 즉 순망치한의 관계처럼 아주 가까운 우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의 경고에도 핵,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지금은 중국에 부담스런 국가로 전락했다고 봐야죠?

글레이저: 그런 논의가 중국에서 계속돼고 있는데요.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인지 아니면 부담인지는 결국 시진핑 주석이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북한은 점점 더 중국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에 북한이 필요했던 역사적 이유는 중국과 길고긴 국경을 마주한 북한이 완충지대란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은 스스로 국익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불안정한 행동은 오히려 중국의 안전에 해가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봅니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기로 결정한 직접적 이유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 때문이고, 중국도 이 사실을 압니다. 중국 내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주창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