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1일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때에도 비슷한 용의를 표명한 바 있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섯부른 기대감마저 나오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선행되지 않는 한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입니다. 북한 현안을 짚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Andrei Lankov)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인터뷰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1일 블룸버그 뉴스와 인터뷰에서 "상황이 적절하면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어떤 상황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미국의 희망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의지를 표시하는 것입니다. 즉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표시해야 미북 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지금 북한이 이런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미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기본 태도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만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태도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이 먼저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야 미북 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이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의지를 확실히 표시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비핵화 의지가 없습니다. 개인적 견해론 이런 미북 회담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4월에 김일성 생일, 인민군 창건일 등이 있어 핵실험을 할 걸로 예상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자제함으로써 일단 '4월 위기설'은 넘겼는데요.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을 재개할 걸로 봅니까?
란코프: 알 순 없지만, 북한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핵실험을 강행하진 않겠지만 아마도 여름이나 가을, 혹은 올해 말 이전에 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핵실험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전례없는 미국의 압력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강력한 압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지금과 같은 강력한 압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긴 힘들 것입니다. 조만간 미국의 압력이 많이 약해지면 북한은 또 다시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기를 단언할 수 없지만 올해 말까지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봅니다.
기자: 홍콩 언론에 따르면 북한이 향후 10년 동안 매년 600억 달러(약 67조8천600억 원)의 무상원조를 제공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뜻을 중국에 밝혔다는데요. 핵 포기 절대 불가입장인 북한이 실제 이런 거래를 할 수 있을까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런 거래를 할 수 없을 겁니다. 북한은 전략적 장기 이익을 감안하면 아무리 많은 돈이나 보상을 받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북한의 오랜 태도입니다.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태도는 논리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같은 보도를 믿지 않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북한은 이런 식의 보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 경우 리비아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을 우려하는군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북한은 리비아의 경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서방세계에서 핵포기 대가로 보상을 받았지만 리비아 가다피 정권은 거리의 민중 혁명으로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북한에겐 매우 중요한 교훈입니다.
기자: 북한이 6백억 달러, 아니 6천억 달러를 받아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군요?
란코프: 제가 볼 때 그렇습니다. 북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이는 가장 합리적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 상황이라기보다 김정은 정권의 상황이라고 하면 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권력유지를 위해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는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혹시 앞으로 북미 대화가 열린다면 어떤 조건 하에서 가능하다고 봅니까?
란코프: 이것은 복잡한 문제입니다. 현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돌파구는 북핵 동결입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도 북한도 이러한 타협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국은 핵 동결이라는 타협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가로 암묵적으로 인정할까봐 우려합니다. 그 경우 북한은 기존의 핵무기를 앞으로도 유지할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 아직 희망을 갖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북한의 입장에서도 핵 동결이라는 타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먼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뒤에 핵 동결에 관한 회담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미북 간에 성공적인 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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