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인터뷰] 안드레이 란코프 “북, ICBM 시험 뒤 핵·미사일 동결 협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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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겨냥해 제시한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맞서 미국이 6월1일 추가제재를 단행하는 등 양측이 충돌국면으로 접어든 형국입니다.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로부터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미국의 대응에 관해 살펴봅니다. 인터뷰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5월19일 "북한 체제를 보장하겠다"며 유화적인 기조를 밝혔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열흘 뒤 탄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6월1일 추가 제재를 발표했는데요. 미국과 북한이 충돌 국면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유감스럽게도 양측이 충돌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대륙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해야 체제유지에 문제가 없을 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미사일 개발 시험을 멈출 가능성은 없습니다. 미국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북한과 같은 나라가 이러한 미사일을 개발한다면 자국에 대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물론 러시아도, 중국도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미국 국민도 러시아나 중국과의 마찰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이들 나라를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이러한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한다면 러시아나 중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미국은 군사력 사용까지 가능합니다. 이러한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자: 현재 미국이 북한에 원하는 건 우선은 핵실험, 미사일 시험 중단이라고 합니다. 또 이를 실천해야 미국은 대화의 여건이 조성된 걸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이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은 이런 미국의 접근 방식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아마 북한은 정말로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후에만 핵과 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미국이 북한에 적지 않은 양보를 해야 이와 같은 동결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기자: 지금 미국 내에선 북한이 미국 본토를 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한 시점을 한계선으로 보고,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 공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군사공격을 무릅쓰고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설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즉 ICBM 시험에 나설 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럴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제가 보니까 미국은 북한이 이러한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한다면 선제공격을 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한반도에서 제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많이 높아질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은 이런 전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대륙간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기하는 게 합리주의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북한은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얻을 경우 미국의 선제공격 위협에도 불구하고 시험 발사에 나설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정책입니다.

기자: 만일 미국과 북한이 군사충돌로 갈 경우 북한의 우방인 중국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봅니까?

란코프: 중국 관영언론은 이 문제를 다루는 사설을 4월 말과 5월 초에 몇 차례 실었습니다. 물론 중국은 언론 자유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이런 사설은 당연히 중국정부의 입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입장은 미국이 북한 미사일, 핵 개발을 가로막기 위해서 북한 군사시설을 겨냥하는 선제 공격을 한다면 중국은 사실상 이를 방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 군대를 북한에 보낸다면 중국은 북한을 어느정도 지원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의 선제공격을 초래한다면 이러한 선제공격은 거의 자동적으로 한반도에 대규모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할 경우 중국의 태도를 알 수 없습니다. 중국은 한편으론 남북한의 통일을 원하지 않고, 분단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많습니다. 중국은 현재 북한 정권에 대해서 불만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북한 정권을 별로 보호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한편 자신들이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남북한 분단의 영구화를 이루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국의 태도는 제일 중요한 미지수입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북미 간의 대치국면과 관련 란코프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