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를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주장해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이번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단기적으론 억지력 확보, 장기적으론 유사시 미군의 남한군사지원 봉쇄를 노린 것 같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북한이 4일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목적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란코프: 북한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아직은 모릅니다. 사실 북한이 미국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됐습니다. 북한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과장일 수도 있지만 북한이 몇 개월 혹은 몇 년 이내에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북한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북한의 생각은 단기적으론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수단을 갖게 된다면 사실상 미국의 압력을 무시할 수도 있고, 적어도 억제수단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 식 무력통일 희망입니다. 적화통일의 수단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의 목적은 억제 수단의 확보입니다. 북한은 남한을 공격하는 것보다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공포가 많습니다. 단기적으로 말하면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은 바로 핵무기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우방인 중국도 북한의 미사일 강행발사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습니다. 중국이 과연 북한에 대한 석유공급 중단 같은 제재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란코프: 알 수 없지만 저는 좀 의심이 많습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이중적입니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본이나 남한, 대만까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석유공급 중단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겠지만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북한 국내위기, 정권붕괴나 내부 혼란을 북한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에 석유공급 중단 조치를 취한다면 북한 경제가 사실상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고 북한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지만 전략적 이익 때문에 매우 중요한 완충지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을 펴왔지만, 이번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써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미국이 과연 선제 공격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 즉 제3국 제재를 전면 실시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란코프: 제가 볼 때 세컨더리 보이콧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나 사업가들에 대한 제재를 시작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선제공격이 가능할 지 회의적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긴 있지만 높지 않습니다. 사실상 미국입장에서 보면 선제공격은 너무 위험합니다. 북한은 '인질'이 많습니다. 인질은 남한 사람들입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북한은 남한의 수도권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경우 한반도는 다시 한 번 전쟁터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은 미국의 국가이익을 매우 위협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우방이 어떤 대응을 내놓을지 궁금한데요.
란코프: 단기적으로 말하면 사실상 지금 남한이든 일본이든 중국이든 취할 수 있는 대응방안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대안은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남한이나 일본의 핵무기 개발인데 장기적으로 말하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고, 중국은 북한과 모든 무역을 중단할 수도 있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매우 위험합니다. 사실상 할 수 있는 추가제재도 거의 다 했습니다. 할 수 있는 게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은 제재에 참가하지만 열심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기자: 제재가 안 통하면 결국 대화 뿐인데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몇년 째 중단된 대북 핵협상을 재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죠?
란코프: 대화도 현 단계에서 회의적입니다. 지금 북한의 희망은 핵동결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핵동결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북한이 ICBM을 시험 발사 뒤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핵동결 같은 타협을 지향한다면 미국 국민도 언론도 대통령을 매우 날카롭게 비난할 것입니다. 이는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죠. 미국이 설령 핵 동결 회담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즉각 할 수 없을 겁니다. 앞으로 몇 개월 간 양측은 별 의미없는 위협도 많이 하고, 이런 저런 상징적 행동을 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핵동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즉각적인 타협은 힘들지만, 아마도 2~3년 후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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